강원FC 임은주 대표이사 사퇴 결정

입력 2015-12-09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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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 강원FC 임은주 대표이사가 12월 31일부로 사퇴를 결정했다.


강원FC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은주 대표이사의 사퇴 소식과 사퇴문 전문을 공개했다.


임은주 대표이사는 “선수단 계약, 용품 계약, 전지훈련 등 산재한 문제가 마음에 걸려 내년 3월까지 계획을 변경하였지만 더 이상 명분 없는 대치와 충돌이 구단에 상처가 되길 원하지 않는 마음에 사퇴라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며 장문의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아래는 임은주 대표이사의 사퇴문이다.


<임은주 대표이사 사퇴문>


안녕하세요. 강원FC 대표이사 임은주입니다.


2013년 6월 1일 첫 출근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강원FC에 온지 벌써 2년 6개월이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2015년 12월 31일 용병사장의 역할을 마치고 서울로 다시 돌아가려는 큰 계획을 세우며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재판과 구단의 빚, 그리고 선수단 계약, 용품 계약, 전지훈련 등 산재한 문제가 마음에 걸려 내년 3월까지 계획을 변경하였지만 더 이상 명분 없는 대치와 충돌이 구단에 상처가 되길 원하지 않는 마음에 사퇴라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번 예산심의 때마다 명분 없는 싸움을 바라보며 구단을 자생력 있게 독립시켜야겠다는 오랜 생각들을 실천할 때쯤 가족과 많은 지인들의 큰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강원FC에 취임하기 전부터 도시민구단의 여러 현황과 문제를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오랫동안 보고 듣고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강원FC에서 프러포즈가 왔고 오랜 망설임 끝에 수락하였습니다. 출근해보니 빚이 68억이 넘는 상황에서 방만한 46명의 선수를 구단 통장에는 잔고도 없이 운영한다는 것과 선수의 반 이상이 한 경기도 뛰지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 큰 사치로 보였습니다.


취임 첫해인 2013년은 선수와 직원들의 1대 1 미팅을 통해 30명 가까이 구조조정을 하며 저 또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경기를 뛰지도 않고 프로 유니폼만 입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경기에 뛰지 못하거나 경쟁력이 없는 선수를 각자의 능력에 맞게 프로와 실업, K3 등에 최선을 다해서 보냈습니다.


2014년은 수많은 고소, 고발과 재판으로 바빴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구단의 빚과 압류, 그리고 수많은 문제들이 고의적 상황임을 인식하여 강원도청에 저를 포함해 전임자들 모두 특별감사를 부탁했습니다. 그 와중에 전임 대표이사의 장기간 구단 압류로 인해 구단을 살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8억에 가까운 제 돈과 집 두 채가 경매 당일까지 가는 어처구니없는 추억도 있었습니다.


도민들의 꿈과 희망으로 만들어진 도민구단이 빚잔치를 하고 있고, 그 당사자들이 구단을 향해 끊임없는 압류를 진행하여 업무를 마비시키는 상황이었지만 정면 돌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특별감사에서 나온 내용으로 전임자들을 배임과 횡령으로 모두 고발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2015년은 빚을 갚기 위해 직원들과 필사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달렸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무국 직원들이 똘똘 뭉쳐 1부 리그로 가기 위해서는 재정이 절대적으로 안정돼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 하였고 그 첫 번째가 전임자들이 만들어 놓은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함께 인식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1, 2, 3, 4분기 꾸준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해 많은 빚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선수 출신이라 성적과 선수 욕심이 앞설 때도 있었지만 선수들 월급도 주지 못하고 구단이 빚더미에서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전임자 때문에 죽도록 고생하는 상황에서 후임자에게 절대로 빚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구단의 운영이 투명하고 재정이 안정되면 1부로 올라가도 쉽게 내려오지 않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을 확신하며 성적은 후임자가 만들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후배가 도시민 구단은 정치적 시녀라는 말을 했습니다. 전적으로 그렇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동안 구단주인 최문순 지사의 단 1%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해 왔습니다. 물론 예산을 받을 때마다 도의원들과 충돌은 있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2년 6개월 동안 남들은 10년 겪었을 것만 같은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재한 상태에서 떠나게 되어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그동안 강원FC의 자생을 향한 노력과 최선은 다른 구단의 귀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앞으로 도민들의 관심 속에 강원FC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기원하며 많은 응원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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