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다년계약 제한을 풀지 못하는 이유

입력 2015-1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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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KBO 윈터미팅에서 외국인선수의 다년계약이 화두로 떠올랐다. 유명무실한 용병 몸값 제한 철폐에 이어 다년계약 허용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앤디 밴 헤켄은 넥센과 2년 계약을 맺었지만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일본 세이부로 이적하면서 넥센에 3만달러를 안겼다. 스포츠동아DB

KBO 윈터미팅서 다년계약 허용 논의
인플레·프런트 부담 이유로 결론 못내

안 지켜도 되는데 규정은 버젓이 존재한다. 이런 이상한 일이 외국인선수 영입과정에서 문제의식 없이 벌어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KBO리그 구단들은 외국인선수와 1년 계약만 할 수 있다. 그런데 넥센 좌완 에이스였던 앤디 밴 헤켄(36)이 지난달 일본프로야구 세이부로 옮길 때, 이적료가 발생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넥센이 30만달러를 받고 밴 헤켄의 보유권을 세이부에 양도했다.

1년 계약이라면 2015시즌 후 밴 헤켄은 자유계약 신분인데, 이적료가 발생한 기묘한 상황이었다. 넥센은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밴 헤켄과 2016시즌 계약을 해놓았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야구계 일각에선 ‘넥센이 다년계약을 해놨기에 이적료가 발생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드러낸다.

실제로 9일 열렸던 KBO 윈터미팅 때 ‘이럴 바에는 외국인선수의 다년계약을 자유롭게 하자’는 의견이 몇몇 구단 사이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월 유명무실한 용병 몸값 상한선(30만달러)을 철폐했듯, 다년계약도 굳이 쉬쉬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윈터미팅에선 결론이 나오지 못했다. KBO의 한 인사는 “아무리 지키지 않는 규정이라 할지라도 구단 입장에선 있고, 없고의 심리적 체감이 다를 것”이라는 말을 했다. 외국인선수 에이전트와 협상할 때, 가령 ‘원래 1년 계약밖에 안 되는데 우리가 무리를 해서라도 이렇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면 구단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카드 하나를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30만달러 상한선도 그런 기능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다년계약마저 제도적으로 풀어주면 몸값 인플레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대외적으로 장기계약을 발표했는데 해당 용병의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구단 프런트가 짊어져야 할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13일 “다년계약을 한 것이 적발됐을 때, 제재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가 사문화된 현실에서 제재가 타당한 일인지, 또 실효성은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듯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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