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화가 보여준 ‘여왕의 자격과 기품’ (종합)

입력 2015-12-16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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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하춘화에게 가장 많이 따라붙는 수식어는 '여왕'이다. 그리고 하춘화는 인기와 히트곡을 넘어 따뜻한 나눔으로 '여왕'에 어울리는 자격과 기품을 보여주었다.

하춘화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19층 브람스홀에서 '하춘화 노래 55 나눔·사랑 리사이틀' 개최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데뷔 55주년을 맞이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이야기는 하춘화의 기부 스토리로, 이미 '기부천사'로 알려진 하춘화의 선행은 새롭지는 않아도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춘화는 "우리시대에는 대중가수를 두고 '광대, 딴따라다'라며 천시하는 시선이 있었다. 어른이 가수를 해도 괄시받는 시대에 어린나이에 노래를 하다보니 사회적으로 불쌍하다는 분위기가 많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하춘화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아버지 한 분만이 나를 가수로 키워주었다. 그러다 내가 유명해지고 나서 아버지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며 가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놓아라. 또 선후배들도 선행을 따라할 수 있게 해라'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가 16살이었다"라며 "사실 그때는 멋모르고 부모님 말이니까 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말이 나에겐 일종의 사명감이 됐다"라고 기부를 실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실제 그 이후 하춘화는 꾸준히 기부를 해왔고, 그 금액은 지금 물가를 감안하면 수 백억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춘화는 "기부한 금액이 어떻게 되냐고 하더라. 사실 나도 얼마인지는 모르겠고 대충 지금 물가로 200억원이 되지 않았을까 했더니 너무 놀라더라. 그전까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알리거나 하지를 않았다. 그때 (기부가)알려진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55주년 기념 공연 '하춘화 노래 55 나눔·사랑 리사이틀' 역시 하춘화의 이런 의지는 그대로 이어진다. 하춘화는 "지금도 겨울에 연탄을 못 사는 가정이 많다. 서울의 각 구에 가장 저소득층 약 100가구씩, 총 2500여 가구를 돕는 공연이다.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싶기 때문에 공연이 성황을 이뤘으면 좋겠다"라고 이번 공연의 수익 역시 기부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처럼 뜻 있는 공연인 만큼 '하춘화 노래 55 나눔·사랑 리사이틀'에는 송해와 이상벽, 태진아, 김흥국, 박상철 등 많은 선후배들도 선뜻 공연에 참여하고 나서 훈훈함을 더했다.


선행이 '여왕의 기품'을 보여주었다면, 하춘화의 변치않은 목소리와 프로정신은 '여왕의 자격'을 보여준다.

수 천번의 공연을 진행해 왔지만 매번 새로운 공연을 추구한다는 하춘화는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1년을 계획한다. 공연에 악단과 무용단 등 수백명이 왔다갔다 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연 준비를 하다보면 3~5kg이 빠진다"라고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어 "대중의 눈높이는 해가 거듭될수록 높아진다. 그래서 할 때마다 어렵다. 원래 나는 대중가요, 그중에서도 전통가요의 전문가수인데 이번 공연에는 오페라 가수와 올라가려한다. 또 탭댄스를 멋지게 선보이는게 내 꿈이었는데, 3년동안 열심히 연습한 탭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 가요사 80년의 불후의 명곡들을 다른 출연진 분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려고 한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다"라고 55주년 공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한결같은 목소리를 위해 지금까지도 지도 선생님을 곁에 두고 창법과 발성을 연습한다는 이야기 역시 그녀의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런 하춘화의 기부와 프로정신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80년 가요사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 온 하춘화는 다음 세대의 주인공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걸 자신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하춘화는 "앞으로 나의 역할은 후배들에게 어떤 좋은 일을 할 수 있을까다.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며 "외국에는 줄리어드같은 유명한 음악학교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대중음악 학교가 없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옛날에는 대중음악을 참 천시했다. 이 눈물은 그런 천시당했을 때가 생각나서 난 거 같다"며 "후배들은 자랑스럽고 대접받을 수 있는 음악인 됐으면 한다. 나도 그런 꿈을 이룰수 있게 도움을 주는 대중음악 학교를 설립하고 싶다. 이건 하루이틀 생각한 게 아니라 어린시절부터 쭉 생각하던 거다. 대중예술인이 대우받는 시대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의 힘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언제가 될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나도 여기에 한 몫을 하는 게 마지막 소망이다"라고 마지막까지 여왕다운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1961년 만 6살의 나이로 데뷔한 하춘화는 이후 '아빠는 마도로스', '물새 한마리', '잘했군 잘했어', '영암 아리랑', '난생 처음', '우리 사랑 가슴으로', '연인의 부르스', '날 버린 남자', '연하의 남자', '휘뚜루 마뚜루'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한국 가요계 여왕으로 불리고 있다.

또 2016년 데뷔 55주년을 맞이하는 하춘화는 2016년 1월 15일과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하춘화 노래 55 나눔·사랑 리사이틀'을 개최하며,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할 계획이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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