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응답’의 두 얼굴, 등용문인가 출구 없는 개미지옥인가

입력 2015-12-22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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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의 두 얼굴, 신인 등용문인가 출구 없는 개미지옥인가

tvN '응답하라 1988'이 지난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 번 대박을 터뜨리며 방송가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신예들 역시 '응답' 시리즈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쌍문동 소꼽친구 5인방 중 인지도 면에서 가장 큰 덕을 본 사람은 단연 류혜영과 류준열이다. 두 사람은 각각 독립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활약했지만 이번 '응답' 시리즈 출연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류혜영은 극중 까칠한 겉모습 뒤 따뜻한 속내를 감춘 성보라 역을 맡아 선우 역의 고경표와 한창 러브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응답' 시리즈의 큰 축인 남편찾기 게임에서 물러나 독자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류준열은 박보검과 더불어 혜리의 남편 후보로 활약하고 있다. 무뚝뚝한 말투와 표정 뒤 짝사랑 하는 여자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속앓이 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며 그의 인기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재홍 역시 개성 있는 조연으로 활약 중이다. 독특한 말투와 다양한 취미로 '응팔'에서 웃음을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한 안재홍을 현재 극중 이민지와 러브라인을 그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응팔'은 전 시리즈보다 훨씬 많아진 캐릭터를 곳곳에 배치해 다양한 신인 배우들의 얼굴을 알리고 있다. 그동안 신인들의 확실한 등용문으로 평가받았던 '응답' 시리즈 다운 영향력이다.

하지만 반드시 '응답' 시리즈가 신인 연기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강렬함이 족쇄가 되어 헤매는 배우도 많기 때문.

먼저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는 이 방송 이후 '연기돌'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 배우로서도 승승장구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는 주연을 맡은 '트로트의 연인', '발칙하게 고고' 등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또한, '응답하라 1994'에서 남편 찾기 게임의 두 축이었던 정우(쓰레기 역), 유연석(칠봉 역)도 이 시리즈 이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먼저 정우는 '응사' 이후 곧바로 개봉한 영화 '붉은 가족', '쎄씨봉'이 관객 동원에 실패한 것. 그는 이제 최근 개봉한 '히말라야'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유연석 역시 정우와 마찬가지로 내년 1월 개봉할 영화 '그날의 분위기'로 티켓파워를 시험받는다. '응사' 당시 얼굴과 능력까지 완벽한 칠봉 역을 맡았던 그는 이 시리즈 이후 영화 '상의원', '은밀한 유혹'에 이어 MBC 드라마 '맨도롱 또똣'도 큰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응사'에서 욕쟁이 캐릭터인 윤진 역을 맡았던 도희 역시 이 시리즈 이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도희는 '응사' 시리즈 이후 '내일도 칸타빌레', '하숙 24번지' 등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응사' 때의 인기를 재연하지 못했다.

이이후 그는 소속 그룹이었던 타아니지를 떠나 개인 활동을 선언하고 최근 MBC 드라마 '엄마'에서 콩순이 역을 맡아 활약 중이지만 이 캐릭터 역시 '응사' 때의 전라도 사투리를 활용하고 있어 조윤진과 큰 차이가 없는 캐릭터라고 하겠다.

대체 왜 드라마는 뜨는데 배우는 남지 않는 것일까. 한 여름 밤의 꿈 같았던 인기를 누린 이들의 이후 행보는 보는 이들마저 가슴을 졸일 정도로 위태롭다. '응답' 시리즈가 진정한 의미의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최정상에 선 '응답' 출신 배우가 하루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tvN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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