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다. 영화제작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여배우’ 역시 전도연이다. 동아닷컴DB
“화려하게 보이는 이면에서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공주처럼 보여야 하니까. 예뻐야 하니까.”
1970년대 ‘고교얄개’ 시리즈 등으로 발랄하고 깜찍한 이미지를 발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 강주희. 이제는 은퇴한 그가 2009년 여배우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본 SBS 스페셜 ‘여우비(女優悲)’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일반적 편견의 뒤에 감춰진 여배우들의 아픔이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이미지가 소비되길 원하는 그들의 욕망은 아닐까.
여배우! 그들은 “(작품 혹은 배역을)선택받아야 선택할 수 있다”(엄지원, 위 다큐멘터리)고 말한다. 남성중심적 사회와 남성이 주도하는 문화적 환경 안에서 그들의 설 자리는 여전히 작아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징후는 더욱 뚜렷해졌다. 다양한 한국영화의 한 축을 든든히 책임져야 할 여배우의 존재감은 남성 위주 영화의 강세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스포츠동아가 20인의 영화제작자들에게 그 원인과 대안을 물었다. 이들이 꼽은 역대 가장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준 여배우와 내년의 유망주는 이 시대 여배우들의 또 다른 희망일 터이다. 여배우! 파이팅!
영화 제작자 20인 설문…유망주 박소담
전도연이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역대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여배우’로 꼽혔다. 연기력과 대중성 등이 그 주요 요인으로 뒷받침됐다. 스포츠동아가 영화 제작자 2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다.
스포츠동아는 최근 몇 년 사이 여배우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한국영화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전제로 제작자들에게 그 원인과 대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22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 이번 설문에서는 ‘역대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여배우’와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여배우 유망주’도 함께 물었다.
전도연은 모두 13명의 지지를 얻으며 역대 최고의 여배우가 됐다. 뒤이어 2명의 제작자가 심은하와 김지미를 꼽았다. ‘월드스타’ 강수연과 문희, 정윤희, 김혜수도 표를 얻었다. ‘한국영화 유망주’로는 올해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이 뽑혔다. 7명의 제작자가 손을 들었다.
두 여배우는 29일 스포츠동아와 나눈 인터뷰에서 “다양한 영화와 도전”을 입 모아 말했다. 여배우가 활약할 더욱 다채로운 장르와 기획의 무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지이자 바람이었다.
이런 여배우들에게 그런 무대를 열어주지 못한 제작자들은 ‘여배우 활약이 저조한 원인’을 ‘남자배우 위주의 장르 및 기획 편중’(16명)과 ‘여배우 주연작에 대한 낮은 흥행 기대치’(9명)로 꼽았다. 구조적인 요인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연기 변신을 두려워 하지 않는 적극적인 도전’(10명)을 ‘여배우의 더 뚜렷한 약진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남자배우 위주 기획에 치우친 제작환경의 변화’(9명) 역시 중요하다며 영화 제작진은 ‘다양한 연령대 여배우를 활용하려는 시도’(3명)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 설문응답 영화제작자 명단(가나다순)
권영락 (씨네락픽쳐스), 김무령 (반짝반짝영화사), 김성우 (다이스필름), 김장욱 (펀치볼), 김태영 (인디컴미디어), 김현택 (M2컬쳐), 김효정 (필름라인), 나경찬 (인벤트스톤), 신범수 (영화사 수박), 안동규 (두타연) , 안수현 (케이퍼필름), 안은미 (폴룩스픽쳐스), 이유진 (영화사 집), 임성원 (동물의왕국), 정태진 (모인그룹), 주필호 (주피터필름), 조선묵 (활동사진), 최낙권 (초이스컷픽쳐스), 최윤진 (영화사 꽃), 최선중 (로드픽쳐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