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에릭 테임즈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사상 최초의 40홈런-40도루 클럽을 개설하며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NC와 사실상 다년 계약을 해 일본이나 미국 구단들은 그를 영입하기 위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스포츠동아DB
NC, 테임즈·찰리 등 다년계약 편법…KBO 규정상 금지
삼성은 2014년 KS MVP 나바로와 1년 계약 ‘원칙’ 준수
#1번 선수.
30세. 타율 0.381·180안타·47홈런·140타점·40도루·OPS 1.287
(좌타거포로 1루와 외야 수비 모두 능함. 영어 매우 잘함)
#2번 선수.
28세. 타율 0.326·167안타·28홈런·121타점·13도루·OPS 0.979
(우투좌타로 외야가 주 포지션이며 1루도 가능함)
#3번 선수.
30세. 타율 0.343·181안타·53홈런·146타점·10도루·OPS 1.150
(우타거포로 1루수임)
#4번 선수.
29세. 타율 0.287·153안타·48홈런·137타점·22도루·OPS 0.989
(2루와 3루 수비에 매우 능한 희소성 높은 내야 거포. 스페인어 매우 능통, 영어로 의사소통도 문제없음)
당신이 메이저리그 또는 일본프로야구의 스카우트 책임자라면 어떤 선수를 선택할까. 1번 선수는 3번 선수에 비해 홈런과 타점에선 뒤지지만 미국 원어민이다. 메이저리그 적응에 큰 문제가 없는 유경험자이기도 하다. 나이는 동갑이다. 그러나 1번은 올해 KBO리그에서 뛰며, 3번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했다. 1번보다 기록 면에서 열세인 2번은 연평균 약 41억원을 받고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뛴다. 4번은 일본프로야구 팀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1번은 객관적 정보만 봤을 때 미국 또는 일본에서 군침을 흘릴 만하다. 공식적으로는 해외 구단으로 이적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한국 밖의 팀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2번, 3번, 4번보다 적은 150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한국에서 뛰기로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돈도, 빅리그의 명예도 필요 없었던 것일까. 1번은 NC 에릭 테임즈, 2번은 볼티모어 김현수, 3번은 미네소타 박병호, 4번은 지바롯데 입단을 앞둔 야마이코 나바로다.
● 삼성은 왜 나바로와 다년계약을 하지 않았나?
기록만 놓고 보면 미국 구단이 왜 굳이 테임즈를 외면하고 이적료 또는 비교적 높은 연봉을 지급하고 통역까지 고용하며 박병호와 김현수를 선택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유는 공개적으로 거론이 되지만 않을 뿐인 NC와 테임즈의 편법적인 다년 계약에 있다.
이태일 대표가 이끌고 있는 NC는 신생구단이지만 외국인선수와의 계약에서만큼은 능수능란하다. 투수 찰리 쉬렉도 다년 계약으로 묶은 적이 있지만, 겉으로는 ‘신뢰’와 ‘의리’ 등을 거론한다. 현행 규정상 외국인선수와의 다년 계약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테임즈의 에이전트는 이미 지난해 초 현지 소식통들에게 “2년 계약을 했다”고 말하고 다녔고, 국내에도 해외 정보 사이트를 통해 소개됐다.
반면 제일기획으로 대주주가 바뀌기 전 국내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품에 있었던 삼성은 막대한 자금력을 지니고도 2014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나바로와 다년 계약을 하지 않았다.
● 편법 즐기는 NC, 다년 계약 금지 원칙만큼은 지키는 삼성
삼성 구단 관계자는 “전통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우리는 외국인선수와 다년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고, 지켜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을 싹쓸이했던 뉴욕 양키스에 붙은 ‘악의 제국’이라는 별칭과 같은 뉘앙스인 ‘돈성’이라는 듣기 싫은 소리도 들었던 삼성이지만, 외국인선수 다년 계약 금지 조항만큼은 철저히 지켜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4년 13승4패를 기록한 릭 밴덴헐크도 다년 계약을 하지 않아 삼성을 떠나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입단했다.
외국인선수와의 다년 계약에는 득과 실이 모두 존재한다. 어떤 선택이 더 영리한 판단인지는 결과론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규정상 여러 불협화음을 방지하기 위해 금지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2016시즌 삼성과 NC는 외국인선수의 활약상을 놓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