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 어느 젊은 배우의 치열한 성장기

입력 2016-01-09 08: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서현우. 스포츠동아DB

2016년 주목해 지켜봐야 할 배우 목록에 서현우(33)라는 이름을 넣어야 할 것 같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매력이 더 많아 앞날이 기대되는 배우라는 설명도 필요하다.

새해를 맞는 서현우의 각오는 누구보다 단단하다.

지난해 영화 ‘그놈이다’와 MBC ‘폭풍의 여자’ 등에 참여하면서 도약을 위한 워밍업을 마친 그는 현재 새 영화 ‘터널’을 촬영과 함께 또 다른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사실 서현우라는 이름은 아직 대중에게 낯설다. 얼굴 역시 그렇다.

하지만 출연작에서 보여주는 개성 강한 모습은 그를 향한 기대를 쉽게 지우지 못하게 한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스릴러 ‘그놈이다’가 그 기폭제가 됐다.

그는 영화에서 주인공 주원을 살인범이라고 의심하는 형사 두수 역할을 맡았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할 줄 아는 노련한 인물이 서현우를 통해 완성됐다. 이를 통해 영화계에서도 그를 찾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 또 한 명의 ‘한예종 출신’ 유망주…연극으로 실력 쌓아

서현우가 배우의 길로 접어든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서울 모 대학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할 때까지는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던 삶이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 뒤 처음 마주한 사회의 모습은 그의 상상과 많이 달랐다고 했다.

“영문과 동기생 가운데 60% 정도가 해외에서 살다왔다. 시작부터 달랐다. 자괴감에 학교를 자퇴하고 입대 준비를 했다.”

입대일까지 시간이 남자 그는 서울 대학로의 한 주점에서 바텐더로 일했다. 그때부터 인생의 방향이 달려졌다.

“바텐더로 일하는 술집은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단골집이었다. 귀동냥으로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연극에 대해, 연기하며 느낀 감정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했다. 고교시절 잠시 학교 연극반에서 활동한 기억이 떠오르자, 당시 지도교사에게 용기 내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그 선생님 역시 학교를 관두고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

그 대학원이 한국예술종합학교였다.

“그때만 해도 연극영화과에 어떻게 진학하는지 방법도 몰랐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한예종에 지원해 운 좋게 1차 합격 소식을 들었다. 문제는 실기로 이뤄지는 2차 시험이었다. 동네 비디오숍에서 하루 4편씩 빌려보면서 배우들 연기를 따라했다. 그게 실기 연습이었다.”

순전히 자력으로 이룬 대학 합격이다. 그것도 영문과와 무관한 연기로 전공을 바꿨지만 그 ‘흔한’ 재수생 생활도 없이 단번에 합격했다.

졸업 뒤 서현우가 겪은 과정은 여느 무명의 배우들과 비슷하다.

프로필 사진을 챙겨 들고 여러 영화사를 찾아다니며 자신을 직접 알렸다. 영화에 출연할 배우를 뽑는 오디션이 열린다는 정보를 빠짐없이 챙겨 일일이 지원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4년이다.

서현우는 당시를 “연기자 지망생이자 매니저의 마음으로 생활하던 때”라고 돌이켰다. 간간히 연예기획사 오디션에 지원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방황도 했다.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가족과의 갈등도 생겼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던 시기, 그런 고민은 더욱 심각해졌다고 했다.

“어느 순간 돌아갈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가진 재능에 대한 확신은 이미 학창시절에 모두 다져 놓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고 실현해야 하는 지 잘 몰랐다.”

서현우는 자연스럽게 대학로 연극이나 독립영화로도 눈을 돌렸다.

그런 과정에서 독립영화 ‘잭보이’, ‘북쪽에서 온 여행자’ 등에 출연했고 거의 매년 연극무대에도 서 왔다. 지난해 11월까지 연극 ‘트루웨스트’ 무대에 올랐다. 그보다 앞서 연극 ‘햄릿’에 참여하기도 했다.

연기 기본기가 없으면 소화하기 힘든 고전이다.

배우 서현우. 스포츠동아DB



● “철저히 혼자여야 한다”는 최민식의 조언 마음에 담아

서현우의 주위에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 ‘지인’으로 부를 만한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주목받는 신인배우들. 특히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주목받는 류준열이나 이동휘 그리고 변요환과 지수 등이 서현우와 자주 뭉치는 ‘패밀리’이다.

“함께 작품을 한 적은 없다. 한 두 명씩 소개로 만나 볼링 치면서 친해졌다. 하하!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보니 맏형이다. 요즘 다들 유명해져서 우리 친목모임까지 주목받지만 사실 그저 편한 스포츠모임 정도다.”

‘그놈이다’를 함께 한 주원에게도 그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영화에서 모든 대사를 경상도 사투리로 소화한 주원은 부산이 고향인 서현우로부터 두 달 동안 개인 과외를 받았다. 서현우는 감독의 부탁으로 주원의 모든 대사를 직접 녹음한 교본을 만들어 제공하기까지 했다.

그런 서현우는 요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터널’에 참여하고 있다.

하정우와 오달수가 주연하는 영화는 터널에 갇힌 남자와 그를 구출하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이야기다. 이들의 사고를 전달하는 기자 역할이 서현우가 맡은 배역. 비중이 크지 않지만 영화 촬영장에서 얻는 기운은 언제나 각별하다.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땄다. ‘터널’ 촬영장에서는 자연발생적인 상황이 많다.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그런 서현우는 얼마 전 배우 최민식이 진행한 강의에서 들은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연기할 때는 철저히 혼자여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눈물이 났다. 결국 연기할 때,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는 말 같았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연기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솔직하게,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서현우는 어떤 다짐을 했을까.

“쉴 새 없이, 실제 내 모든 일상이 혼란스러워질 정도로, 연기의 늪에 푹 빠지고 싶다. 하하!”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