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과 엄효섭, 김영웅 등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의 ‘악역 군단’이 회를 거듭할수록 ‘명품 악역’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8회까지 방송된 ‘리멤버’는 절대 기억력을 가진 천재 변호사 서진우(유승호)와 남규만의 죄를 은폐하려는 거대 권력 간의 대결 구도가 명확히 드러난 상황이다. 서진우의 복수에 위협을 느낀 남규만은 악마군단을 채찍질하며, 진우에게 살인자 누명을 씌우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등 맹렬한 공세를 펼치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분노와 연민을 들끓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하는 남규만(남궁민), 홍무석(엄효섭), 곽한수(김영웅, 이하 곽 형사)의 악행이 극의 긴장과 충돌을 강렬하게 이끌며 중요한 관전포인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일호 회장의 망나니 아들이자 일호그룹 후계자 역할을 맡은 남궁민은 부드러운 얼굴선과는 180도 다른 사악한 눈빛 연기로 분노조절장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서촌 별장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던 규만이 점차 계획적으로 범죄를 구성하고 조작해가는 ‘절대악’, ‘슈퍼갑 악마’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8회 방송분에서는 남궁민의 연기력이 절정에 달해, 사악함의 끝을 선보였다. 서재혁(전광렬)을 찾아가 “니체가 그랬대요.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망각이라고. 스무 살 갓 넘은 여자애 죽여 놓고 싹 다 잊어버릴 수 있는 거. 그거 분명 축복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듯한 소름끼치는 공포를 안겨줬다.
이런 남궁민의 악역을 뒷받침 해주는 ‘악의 트라이앵글’이 있었으니, 바로 검사 홍무석 역의 연기파 배우 엄효섭과 남궁민의 새로운 수하인 곽형사 역의 김영웅이다.
때로는 자상한 아버지로, 때로는 엄한 선생님으로 다양한 연기 변신을 해왔던 엄효석은 ‘리멤버’ 내에서 사건의 발단인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담당 검사 역을 맡았다. 차갑고 냉철해 보이는 말투와 표정,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권력에 대한 욕구가 존재감 있는 연기로 표출돼,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100% 이상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엄효석은 권력에 복종한 대가로 부장 검사 타이틀을 달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유승호가 정산동 살인사건의 범인 누명을 써 도망자 신세가 되자, 남궁민에게 전화해 “재심재판 엎어졌습니다. 모든 일이 남 사장님 그림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장면에서는, 충직한 ‘권력의 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터. 무표정으로 감정을 숨기다가 비열하고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속내를 드러내는 엄효석의 악역 연기가 분노를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곽형사 역의 김영웅은 ‘리멤버’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악역 유망주’로 재조명되고 있다. 주조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김영웅은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차근차근 연기 내공을 쌓아온 베테랑 연기자.
극 초반부에 서재혁으로부터 거짓 자백을 받아내는 장면에서 시청자의 공분을 샀던 김영웅은 최근 방송분에서도 유승호에게 총구를 겨눠 ‘발암 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유승호를 유인해 살인 누명을 씌우고는 “이게 누구신가? 서진우 변호사님? 사람 죽이셨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의 피를 다시 한 번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박성웅(박동호), 이시언(안수범), 이원종(석주일) 등 본의 아니게 악의 수하에서 서진우와 대립을 이루는 인물들의 활약도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은 남규만의 모든 비밀을 낱낱이 알고 있는 요주의 인물들. 또한 이 이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남규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 지 귀추를 주목시키고 있다.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악역들의 공세에 시청자들은 “이러다가 악마 군단의 승리로 돌아가면 어쩌지”라며 걱정하고 있는 상황. 반면 “연기는 미워할 수가 없네”, “악행에 소름 한 번, 연기에 소름 두 번”이라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높이는 악마군단의 명품연기에 감동을 표하며, 이를 ‘리멤버’의 재미요소로 손꼽고 있기도 하다.
제작진은 “악역 군단의 활약이 커질수록, 그만큼 복수의 통쾌함도 배가될 것”이라며 “우여곡절 끝에 ‘서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재심 재판이 곧 열릴 예정이다. 권력과 부를 모두 손에 쥐고 거칠 것이 없는 남규만과 잃을 것이 없는 서진우의 충돌이 법정에서 어떻게 전개되는 지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천재 작가가 풀어내는 완성도 있는 해법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