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0km’ 일반타이어 눈길 제동거리, 스노우타이어 3배

입력 2016-02-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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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의 BMW 드라이빙센터 내 멀티플 코스를 주행하고 있는 차량들. 이곳에서는 겨울 시즌동안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을 통해 눈길 안전운전교육을 받고 실제 주행을 체험할 수 있다. 사진제공|BMW코리아

■ BMW 드라이빙센터 눈길 운전 체험기


스노우타이어 장착 후 핸들조작 2배 편해
‘지그재그 코스’땐 시속 20km도 버거워


20년차 베테랑 운전자도 눈길 운전은 두려움이 앞선다. 이유는 하나, 경험 부족이다. 눈길에서 브레이크와 스티어링휠 조작은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 차가 의도한대로 움직이지 않고 회전하기 시작했을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경험이 없다보니 쉽게 패닉 상태에 빠진다. 눈길 운전에 대한 공포를 없애는 데는 적극적인 체험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BMW 드라이빙센터(인천 영종도)에서 겨울 시즌 동안 진행하고 있는 안전운전교육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봤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 운전 자세부터 꼼꼼하게 점검해야

드라이빙 교육을 받을 때 차에 올라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시트 포지션의 조절이다. 시트 높이는 머리 위로 주먹 한 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여야 한다. 그래야 멀리 볼 수 있다. 너무 높으면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해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아진다.

시트와 페달까지의 간격도 잘 조정해야 한다.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무릎이 굽혀진 자세여야 한다. 너무 펴져 있으면 페달에서 발이 떨어질 위험성이 있고, 사고 시 바로 골절로 이어진다. 무릎이 굽혀져 있어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운전대를 잡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팔꿈치가 약간 굽혀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눈길에서는 핸들링 양이 평소보다 많아져 몸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트 각도를 조금 더 세우고 팔꿈치를 굽혀야 핸들링을 보다 가볍게 할 수 있다. 헤드레스트는 머리 중앙이 헤드레스트 중앙과 일치하게 조절해야 한다. 사고 시 경추 손상을 줄일 수 있다.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눈길을 달리고 있는 교육 차량.



● 스티어링휠 조작은 평소보다 빨리, 가속은 천천히

BMW 드라이빙센터의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은 눈길 주행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교육과 함께 눈으로 다져진 드라이빙센터 내 멀티플 코스에서 2시간가량 다양한 눈길 주행 상황을 체험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시승 차량은 BMW 후륜 구동 세단인 428i이며, 스노우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이다. 체험은 먼저 스노우타이어가 장착된 후륜 구동 차량으로 눈길을 경험한 뒤, 일반 타이어 장착 차량과 비교해보는 순서로 이뤄진다.

가장 먼저 눈길 브레이크 상황을 체험했다. 약 40m 직선 구간을 주행하다 브레이크를 밟아 눈길에서 제동 거리가 얼마나 길어지는지 파악해보는 것이 목적이다. 시속 20km까지 속도를 올린 후 표시된 정지선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저속 상태였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원하는 곳에서 제동이 이뤄졌다. 다음은 시속을 30km까지 끌어올린 뒤 브레이크를 밟았다. 약간 제동 거리가 길어지긴 했지만, 차량이 크게 미끄러지는 느낌 없이 제동됐다. 다음은 역시 같은 속도에서 제동을 하며 장애물을 가볍게 피해 핸들링을 해보는 교육이 이뤄졌다. 문제는 이 때 발생했다. 평상시처럼 핸들을 조작하면 반응이 다소 늦었다. 눈길에서는 평소 주행 습관보다 조금 더 일찍 핸들링을 해야, 제동을 하면서 동시에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장애물을 지그재그로 피하는 슬라럼 코스로 이동했다. 눈길 운전의 핵심 코스다. 좌우로 핸들을 조작하며 가속과 브레이킹을 반복해야 하는 구간이다. 일반 도로에서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코스지만 눈길에서는 달랐다. 시속 20km 정도로 주행하는 것도 버거웠다. 조그만 늦게 핸들을 틀고 가속페달에 힘을 과하게 주면 차는 뒤쪽이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가 나면서 제어력을 잃었다. 이 때는 오버스티어가 난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주는 카운터 스티어링을 구사해야 차량을 안정시켜 원하는 지점으로 갈 수 있다. 저속이고 아주 가벼운 수준의 오버스티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일반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눈길 교육 프로그램은 바로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경험해보며 대처 방법을 몸으로 익힐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다음으로 같은 슬라럼 코스를 스노우타이어가 아닌 일반 타이어를 장착한 같은 차량을 타고 체험해봤다. 일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을 타고 눈길에 들어서자 출발부터 어려웠다. 가속 페달을 아주 섬세하게 조작한다고 했는데도, 차량 바퀴가 헛도는 휠스핀 현상이 일어났다. 눈길과 같은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가속 페달을 최대한 천천히 밟아야 휠스핀이 일어나지 않는다. 겨우 출발한 뒤에도 핸들 조작은 두 배 이상으로 어려웠고, 오버스티어 역시 수시로 일어났다. 눈길에서 스노우타이어가 얼마나 중요하며, 안전에 큰 도움이 되는지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노면에 따른 제동거리를 살펴보면 시속 50km 속도일 때 마른 노면에서는 11m, 젖은 노면일 때는 27m, 눈길일 때는 72m다. 또 눈길에서 스노우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의 제동거리는 34m, 일반 타이어는 96m로 거의 3배에 달한다. 눈이 자주 내리는 지역에 거주한다면 겨울철 스노우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 필수인 이유다.

마지막으로는 차량의 차체제어장치를 완전히 끄고, 넓은 눈밭에서 꼭지점을 따라 크게 원을 그리며 도는 원선회와 드리프트를 체험했다. 차량이 위험한 상황에 개입하는 차체제어장치가 완전히 꺼진 상태이기 때문에 가속 페달에 조금만 잘못 힘을 주면 차는 수시로 미끄러져 코스를 이탈했다. 이 교육의 목적은 이처럼 차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극한 상황에서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내 의지대로 차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차의 뒤쪽 즉, 리어가 회전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진행하는 스노우베이직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영종도|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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