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은 미뤘던 2세 계획을 올해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몸 상태가 좋아졌다”며 조만간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몸이 좋아지니 음악을 계속 하고 욕심도 자꾸 생겨 큰 일”이라며 웃었다. 사진제공|리쌍컴퍼니
전작 이후 3년 만이자 결혼 이후 첫 앨범
프로듀서 윤건과 작업하며 많은 것 배워
솔 느낌 강했던 보컬도 ‘팝스럽게’ 변신
2013년 12월1일 새벽, 가수 정인(최정인·36)은 남편인 기타리스트 조정치(38)와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것으로 결혼식을 갈음했다. 산길을 환히 비추는 하얀 달과 그 곁의 반짝이는 별빛은 마치 다이아몬드반지 같아서 이를 예물 삼았다. 두 사람은 지리산으로 향하기 전날 혼인신고를 마쳤고, ‘뭔가 상징적인 예식은 해야 되지 않느냐’는 부모의 말에 “하객이 오지 않을” 지리산 정상을 식장으로 택했다. ‘예식’엔 각기 친구 1명이 동반해 ‘증인’이 됐다.
정인은 조정치와 11년을 교제했다.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다,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 2세를 생각해서였다”. 정인에게 조정치는 “삶의 멘토이자 베스트프렌드”다. 음악가로서는 가끔 “존경스러운 존재”다. 정인의 인생과 음악에 힘을 주는 사람이다.
정인은 최근 5번째 미니앨범 ‘레어’(rare)를 발표했다. 전작 ‘가을여자’ 이후 3년 만이자 결혼 후 첫 앨범이다. 정인은 이 앨범을 만들며 또 한 명의 멘토를 만났다. 브라운아이즈 출신 가수 겸 작곡가 윤건이다. 그는 ‘레어’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윤건의 아름다운 멜로디, 피아노와 현악의 유려하고 서정적인 연주, 정인의 감성 짙은 보컬이 잘 버무려진 타이틀곡 ‘유유유’는 그 구체적인 성과물이다.
정인은 윤건과 좋은 ‘소리’를 위한 고민을 나누며 “많은 배움을 얻게” 됐다.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자신감도 얻었다. “예전엔 몰랐던 게 보이고, 음악을 조금 더 알게 됐다는 생각”에 보람도 컸다. 2002년 리쌍 데뷔곡 ‘러시’의 객원보컬로 데뷔해 15여년을 노래했어도, 알고 보면 자신은 “그냥 되는대로 음악을 해온 아마추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윤건의 멘토링을 통해 나를 깎고 다듬으며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 함께 작업하면서 목 관리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몸도 좋아지고 음악적 만족감도 얻었다.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다.”
10여년 음악을 했어도 아마추어였다는 자책은, 이번 앨범 1번 트랙 ‘비틀비틀’에 “10년을 해도 모른다”는 노랫말로 표현됐다. 노래는 조정치의 기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단 한 번에 녹음을 끝낸 ‘원테이크 녹음’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계속 가수를,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다. 자신감이 부족했다. 끼도 부족한 것 같고 가수로서 자질도 모자란 게 아닌지 의심했다. 음악이 어려워질 때마다 그런 갈등을 했는데, 이젠 용기를 얻었다.”
솔 느낌이 강했던 정인의 보컬은 윤건을 만나 ‘팝스럽게’ 변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인과 다른 목소리”가 이번 앨범에 담겼다.
정인은 자신감과 용기를 넘어, 이제 자신에 대한 기대에 차 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를 되찾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성의 있게 담아보려고 했으니, 그 마음이 사람들에게도 가 닿았으면 좋겠다. 반짝하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으며, 10∼20년이 지나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음악이길 원한다.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성장으로 봐주시고, 그런 마음이 기대감이 되기를 바란다.”
앨범 제목을 ‘덜 익힌’이란 의미의 ‘레어’로 지은 것도, ‘자연스러운 음악’에 가치를 두면서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자는 뜻에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