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창환 PD “듣는 음악 끝…아이돌 할 수밖에 없다”

입력 2016-02-18 0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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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환, 사진|마이다스이엔티

수년간 EDM에 심취해 있던 김창환 PD이지만 단순히 EDM에만 올인 하고 있던 건 아니다. 영재밴드와 걸그룹 등을 함께 준비하며 현재 가요계 상황에 맞는 분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례로 Mnet ‘프로듀스101’에도 마이다스이엔티 소속의 연습생들이 참가해 있다.

김창환 PD는 “2016년은 새로운 아티스트를 시작하는 해다. 영재밴드를 만들어 올해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걸그룹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김창환이지만 새롭게 준비하는 그룹의 음악은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창환 PD는 “전체적인 프로듀싱은 내가 하고 음악은 젊은 친구들이 하려 한다”며 “젊은 프로듀싱팀을 새롭게 꾸렸다. 이들도 아직 작품 발표를 안 한 새로운 친구들이다. 뮤지션들을 규합해서 오랜만에 내는 거다. 새로운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한다”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김창환 PD의 이 같은 철학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미디어라인에 소속돼 있던 김건모, 박미경, 채연 등을 모두 내보낸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김창환 PD는 “2012년 12월31일에 다 내보냈다. 오래된 가수가 많으니 나도 같이 늙어가더라. 새로운 크리에티브가 생겨도 새로운 걸 할 수가 없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아티스트가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오는 걸 원하는데, 나 자신을 늙어가게 하고 있다는 고민이 들었다. 먹지 못할 떡을 버리지 못해서 가지고 있는 것보단, 배가 고프더라도 버려야 새로운 걸 얻을 수 있다”라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과거를 비워냈다고 밝혔다.

누군가는 기존 가수들은 기존 가수대로, 신인은 신인대로 구분해서 키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는 ‘프로듀서 김창환’의 작업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스스로 “날 작곡가라고 하는데, 내 본업은 작곡가가 아니다”라고 다소 깜짝 놀랄만한 말을 꺼낸 김창환 PD는 “히트곡이 있으니까 그렇게 부르는데, 사실 난 작곡가라기보다 프로듀서이다. 내 아티스트가 없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곡을 안 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가수를 하는 건 힘들다. (프로듀서는)그들의 콘셉트와 음악 방향 등 모든 걸 결정해줘야 하는 사람이라 어떤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걸 하기가 힘들더라. 나도 나름대로 힘든 결정을 한거다”라고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김 PD는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려 지금의 회사를 설립한 거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안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것도 요즘 추세에 맞춰서 회사의 구도도 새롭게 짠 거다. 90년대에 하던 방식이 아니라 정확한 체계와 모습을 갖춘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라고 과거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고 있음을 알렸다.

그렇다면 김창환 PD가 본 ‘요즘 추세’, 즉 요즘 가요계는 전성기를 누리던 90년대와 무엇이 달라진 걸까. 김창환 PD는 ‘아이돌’을 꼽았다.

김창환 PD는 “물론 90년대에도 아이돌은 있었다. 노이즈라든가 듀스, R.ef 처럼 아이돌위주의 음악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신승훈, 김건모, 이승환, 김종서 이승철 등등 듣는 음악을 하는 시장도 같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인기는 서태지가 많지만 판매는 김건모가 많았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음반을 사서 듣는 시대가 아니다. 그냥 팬덤이 많은 친구들이 이긴다. 또 CD에서 음원으로 시장이 넘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아이돌의 시대가 열렸다. 아이돌밖에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인 거다”라고 90년대와 현재를 비교했다.

또 “듣는 음악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단언한 김창환 PD는 “이제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곧 20대가 된다. 이들은 듣는 음악의 묘미를 모른다. 지금은 보는 음악의 시대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불법다운로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혹은 모든 대중들이 싫증을 내고 듣지 않는 이상 한국이란 나라에서는 아이돌 시장이 계속 이어질 거다”라고 아이돌이 가요계 메인스트림을 이루고 있는 현재 가요계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가요계에 90년대 음악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창환 PD는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건국한 이래에 90년대만큼 가요시장이 뜨거웠던 시대가 없었다. 그때는 영화보다 음악이 1순위였고, 그 시절을 아는 사람은 향수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는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고, 그 시대의 가수들이 가끔씩 향수를 건드려주면 그게 행복한 거다. 그렇지만 이게 지속적으로 갈 수는 없다”라며 “음악은 결국 젊은이들의 소유물이다. 중·고생, 대학생까지만 정말 좋아하고 찾아듣는다. 사회에 나가면 일해야 하고, 돈벌어야 하고 술 마시고 해야 하는데, 정서적인 여유가 사라진다. 음악을 공유하는 게 쉽지 않다. 잘 생각해봐라 요즘 남편들은 아내와 영화 보러가는 것도 쉽지 않다. (영유가) 사람과 삶에서 사라지는 거다”라고 밝혔다.

‘음악은 젊은이의 소유물’이라는 명제는 꽤나 여러 가지를 설명해준다. ‘젊은이’라는 주체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당연히 각 시대별로 인기를 얻는 음악도 ‘젊은이’가 바뀌는 10년을 주기로 변하게 된다.

김창환 PD는 “음악은 보통 10년 단위로 세대가 변한다. 아무리 핫해도 10년이 지나고 다음 세대로 나온 애들은 감각과 감성이 다르다”라며 “80년대 톱가수라고 하면 많을 거 같지만, 지금 물어보면 대부분이 조용필을 떠올린다. 90년대도 엄청나게 많은 가수가나오고 인기가 있었지만 대표하는 가수는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셋으로 정리된다. 2000년대는 비와 이효리밖에 없다. 이들이 톱스타다. 2010년대는 동방신기, 빅뱅이 그 자리를 차지한 거다.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비틀즈가 가장 뜨거웠던 시절이 1963년부터 73년까지 딱 10년이다. 물론 그이후로도 다른 히트곡을 많이 발표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노래는 다 저시기에 몰려있다. 10년 이상 한 가수와 한 음악만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10년 이론’을 설명했다.

그는 “서태지 좋아하던 사람들이 엑소 공연을 보겠나? 아무 감흥이 없는 거다. 반대로 엑소 팬들이 과거 서태지를 보면 촌스러운 거다. 10년 주기로 가요는 변한다. 작곡가의 스타일도 그렇다”라며 “미국에서도 지금 노래를 머라이어 캐리처럼 부르면 ‘예스럽다’라고 표현한다. 노래를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시대를 관통하는 감성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중 하나가 그 음악에 공감대를 형성하던 세대가 시간이 흘러 사라지면 그 음악들은 어떻게 되는 지로, 김창환 PD는 “같이 사라진다”라고 답했다.

김창환 PD는 “예를 들어 트로트는 언젠가 사라진다. 심지어 락도 사라지고 있지 않나”라며 “이건 안타까운 게 아니라 당연하거다. 없어지는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게 중요한 거다. 없어지는 건 지금 새로 태어나는 것만큼의 뭔가를 누렸다는 뜻이기에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라고 부연을 덧붙였다.

자, 이제 중간 정리를 해보자. 결국 김창환PD는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이어갈 새로운 음악을 하기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새 판을 짜고 있다. 그리고 한국 가요시장에서는 아이돌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영재밴드와 걸그룹을 준비 중이다.

여기서 김창환 PD에게 어려운 점은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아이돌을 준비하는 것’이다.

김창환 PD는 “대한민국 가수는 아이돌밖에 없으니까 그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나도 뮤지션 출신이라 음악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원래 음악을 하던 친구를 가수로 만들어 주려했지 교육에 의해서 만들어 내는 걸 해본 적이 없다. 그동안 EDM을 공부하지만 아이돌도 공부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가수가 아니라 아이돌이 꿈인 애들을 트레이닝 시켜 나오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 내가 거꾸로 공부를 해야 한다. 나는 라디오에서 음악이 히트하던 시절에 음악을 만들었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보는 시대다. 음악을 해서 성공할 자신은 있는데, 아이돌은 또 다른 거다. 아이돌이라는 특성, 이 시대 아이들은 어떤 걸 좋아하나 하는 걸 계속 공부했다”라고 아이돌을 제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례로 김창환 PD는 현재 소속된 그룹들에게 길거리에서 캐스팅 된 아이들이 배우는 걸 똑같이 시키고 있다며, “지금은 음악도 잘 해야 하지만 퍼포먼스도, 인물도 잘 해야 한다. 그렇게 교육하고 있다. ‘프로듀스101’도 그래서 내보낸 거다”라고 아이돌 트레이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렸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김창환 PD는 “프로듀싱이 안 되면, 자기 음악을 못하고 그냥 따라하는 거에 불과하다. 어떤 음악을 해야 어울리는지 모르는 거다. 만들어내긴 하겠지만 삼류에 머물 수밖에 없다”라고 프로듀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와 관련한 김창환 PD의 말들 중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가수는 작사, 작곡을 못해도 된다’ 이다.

김창환 PD는 “우리나라의 이상한 게 가수에게 작사, 작곡의 능력을 강요한다”라며 “가수는 작곡, 작사 못해도 된다. 진짜 잘 해야 하는 건 노래다. (작사 작곡의)능력이 없으면서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상업적인 목적으로 ‘나 작곡도 할 줄 알아’ 하는 게 오히려 잘못된 거다. 그냥 뮤지션은 각자의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하면 된다. 일례로 이승철은 누가 곡을 써줘도 잘 부른다. 그렇다고 이승철을 보고 자기가 쓴 곡으로 활동 안한다고 가수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이게 진짜 가수다. 작곡을 못한다고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이건 기획사와 언론에서 자꾸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 이런 관념을 대중들에게 퍼트린 것도 문제다”라고 ‘모든 가수의 싱어송라이터화’를 지적했다.

이어 “작곡과 노래 두 가지 재능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싱어송라이터가 드물고 높게 쳐주는 거다. 노래에 재능이 있으면 노래를 잘 부르면 되고, 기타에 재능이 있으면 기타를 잘 치면 된다”라고 한국 가요계의 잘못된 관념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여담으로 김창환 PD는 요즘 아이돌중 눈에 띄는 친구가 있는 지를 묻자 “지코는 재능이 있는 친구다. 작곡은 ‘작곡 해야지’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지코는 잘 쓰더라. 또 아이돌 기류를 타고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는 거 같다”라고 블락비의 지코를 꼽았다.

각설하고, 2016년은 어찌 보면 김창환PD의 음악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가 될 듯하다.

김창환 PD는 “K-EDM도 정립을 해야 하고, 음반도 많이 낼 거다. 또 3년간 준비해 온 아이돌을 음악적으로 세상에 내놓는 게 올해 가장 큰 과제다”라며 “90년대 음악하던 유명했던 사람으로 종료할지, 새로운 시작이 될지 올해 결정될 거 같다. 처음 가요를 시작하던 때처럼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시작하는 해이다”라고 말해 다시 한 번 ‘김창환의 시대’를 열기 위한 승부수를 예고했다.

김창환, 사진|마이다스이엔티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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