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3~6월은 경주마도 발정기…사고 방지 위한 특단의 조치

입력 2016-02-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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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마 ‘제3의 성’ 거세마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되는 모든 생물들은 다른 기질적 특성들이 있다. 하지만 경주마의 세계에는 암수로 구분되는 이분법적인 성구별이 적용되지 않는다. 바로 ‘거세마’라는 또 다른 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필요성에 따라 성기능을 제거하는 몹쓸 짓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경마의 속성 상 필요한 조치로 보는 게 보통이다.

경주마 거세, 도대체 왜 하는 걸까. 야생의 말들은 3월부터 6월말까지가 번식기이다. 암말은 봄부터 초여름까지 난자가 집중적으로 생산된다. 때문에 수말들 역시 이 기간에 번식을 위해 암말과 교배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

경주마 역시 발정기를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발정기에 접어든 암말 경주마들은 난자의 생성과 소멸과정에서 나오는 특유의 분비물들이 있다. 이 분비물은 무색무취로,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어렵지만 수말들은 수 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이 냄새를 감지해내고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예시장에서 수말들이 생식기를 노출시키거나 유난스러운 발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발정이 심한 경우에는 기승한 기수를 떨어트리거나 출발대 진입을 거부하고, 경주에는 관심 없이 오로지 암말의 뒤꽁무니만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수말들은 야생의 상태보다 몇 배의 운동량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보통이다. 즉, 과도한 운동으로 발정을 느끼기보다는 피로감에 절어 잠을 자거나 단순히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간혹 넘치는 스테미너를 주체하지 못하고 말썽을 피워 경주성적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수말의 경우 ‘거세’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 같은 특단의 조치 때문에 마주는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능력성장단계에서 관리상의 편리함을 위해 섣불리 거세를 실시한 경우, 그 경주마가 눈부신 성적을 냈다고 할지라도 절대로 씨수말로 다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명마로도 잘 알려진 ‘새강자’의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였는데, 데뷔 전부터 거세를 했기 때문에 전인미답의 한국경마 최다연승인 15연승을 올리는 등 눈부신 경주성적에도 은퇴 후 씨수말로 전업하지 못하고 관상용으로 한평생 풀만 뜯다가 세상을 떠났다. 만약 ‘새강자’가 거세마가 아니었더라면 한국경마의 토종 씨수말로 큰 유명세를 떨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거세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발정기 시즌을 맞아 사고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초식동물인 말은 체구의 육중함에 비해 교배 시간이 매우 짧은데, 경우에 따라 불과 수 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이 이를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거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경주마의 성별은 그 시기에 따라 경주향방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만큼 시기별로 경주마의 성별을 체크해보는 것도 경마베팅의 중요한 작전이 될 수 있겠다. 예컨대, 2세마 경주에서는 “암말이 조숙하기 때문에 수말보다는 암말이 우승할 확률이 다른 연령대 경주보다 높다”거나 봄철 “수말은 발정기 영향으로 경주력에 기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등이 그것이다.

인간에게는 없는 제3의 성(性) ‘거세마’. 어찌 보면 종족번식의 본능을 억압당해 불행할 수 있겠지만 경주마의 또 다른 본능인 질주본능을 깨워주는 지름길이니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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