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 “현대캐피탈 선수시절 우승 못한 恨 이제야 풀었다”

입력 2016-02-2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OK저축은행에 승리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최태웅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최 감독의 다리 모양이 V자를 그리고 있어 흥미롭다. 최 감독은 V리그 사상 처음으로 감독 데뷔 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했고, V리그 선수출신 최초와 최연소 우승 감독 기록도 다시 세웠다. 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현대캐피탈 최태웅감독 우승 소감

우승한 우리 선수들 이제는 자부심 가져도 된다
레전드 자존심 지켜주기 위해 윤봉우코치 투입

경기 전 “선수보다 더 긴장했다”고 했다. 감독으로 처음 우승을 달성하던 순간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조용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마음이 편해진 것은 우승도 16연승도 아니고 선수들이 3세트 어려운 순간에 이겨낸 것을 보면서다. 그동안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리 선수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여전히 표정은 침착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40) 감독이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OK저축은행을 꺾으면서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놓고 마침내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가 처음 현역선수에서 바로 감독에 발탁됐을 때 오늘과 같은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스스로도 이런 결과가 올 것이라고는 몰랐다고 했다. 2016년 들어 단 한번도 지지 않는 팀을 이끌며 우승이라는 꽃술을 단 감독은 “지금도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우승한 소감은.

“현대캐피탈에 와서 선수로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 우승을 못했다는 생각이 남아 있었는데 오늘로서 없어졌다. 이제 마음이 편안하다.”


-1월부터 16연승인데 체력부담이 큰 스피드 배구의 약점을 넘긴 비결은?

“12월 휴식기간에 전체적으로 체력관리가 잘 됐다. 1월에 9경기가 잡혀있었는데, 그 위기를 선수들 체력 관리가 잘 된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블로킹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는데 연승 동안 블로킹이 살아났다. 경기를 계속 이기면서 선수들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오늘 경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선수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했다. 우승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선수들이 전날 코트 적응훈련 때 들뜬 것 같았다. 1∼2세트를 쉽게 이기면서 그런 분위기가 또 보여 선수들에게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하면 상대에 의해서 (목표를) 이룰 수 없으니 방심하지 말라고 했다.”


-감독으로서 점수를 주자면?

“오늘 경기만 말한다면 40점을 주겠다.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가진다. 점수를 주기보다는 초보를 벗어나기엔 아직 멀었구나 느낀다.”


-현대캐피탈 감독으로서 정규리그 우승 의미는?

“2세트에 윤봉우 플레잉코치를 투입했다. 이유가 있었다. 현대캐피탈 선수 가운데 우승을 해본 유일한 레전드다. 그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우리 선수들이 그런 경험이 없어 자주 우왕좌왕하는데 오늘 우승을 경험했으니 앞으로는 이 선수들이 팀의 레전드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을 돌이켜볼 때 가장 기억나는 최고 선택은.

“5라운드 한국전력과의 경기 5세트 11-14에서 신영석이 2개의 블로킹을 한 것이다. 그것이 가장 잘 한 선택 같다.”


-그동안 많은 감독을 겪었다. 어떤 감독들이 자신의 감독생활에 모티브가 됐나?

“다 보고 배웠다. 김호철 신치용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생각난다. 감독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렇게 하면서 내 생각도 바꿔갔다.”

안산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경후 인턴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