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16연승·정규리그 우승 축배

현대캐피탈이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2008~2009시즌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에서 우승했다. 경기 직후 최태웅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최태웅 감독, 데뷔 시즌·V리그 출신 최초·역대 최연소 정상 ‘트리플크라운’

OK저축은행 완파…7년 만에 정상 탈환
단일 시즌 팀 최다 연승 기록 ‘기쁨 두 배’

현대캐피탈이 마침내 2015∼2016 NH농협 V리그 정상에 섰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2위 OK저축은행과의 6라운드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6 25-22)으로 압도하며 16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26승째(8패)를 기록하며 승점75로,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현대캐피탈로서는 2008∼2009시즌 이후 7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이다. 이번 시즌 처음 팀을 맡은 최태웅 감독은 감독 데뷔시즌에 최초로, V리그 선수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역대 최연소(만 40세)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신기록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운명의 대결을 앞둔 두 팀의 마음가짐이 달랐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반드시 경기를 끝낸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코트는 물이고 너희들은 물고기다. 물고기가 물에서 놀 듯 오늘 코트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오라”고 최 감독은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계속 1위를 달리다 6라운드에 뒤집혀진 OK저축은행은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 리시브를 전담하는 송희채가 탈이 나자 경기장에 데려오지 않았다. 김세진 감독은 전날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에 출연했다. V리그의 인기와 구단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경기보다는 더 멀리를 내다본다는 증거였다.

1세트 12-12로 팽팽한 상황에서 최 감독은 “여기서 피하지 마라. 이것을 이겨내야 더 높은 곳을 갈 수 있다. 평정심을 가져라”고 지시했다. 16-15에서 신영석의 블로킹과 최민호의 서브가 터지면서 경기 주도권이 서서히 현대캐피탈로 넘어갔다. 시몬의 공격범실까지 더해지면서 기세는 현대캐피탈의 것이었다. OK저축은행은 11개의 범실이 부담스러웠다. 24-20에서 세트를 마감하는 점수는 최민호의 블로킹이었다. OK저축은행은 상대의 스피드를 막기 위해 공격적인 서브를 선택했지만 1세트에 이어 2세트도 범실이 많았다. 반면 리시브는 흔들렸다. 이단공격으로 활로를 뚫어줘야 할 시몬이 1세트 2득점에 이어 2세트도 3득점에 그쳤다. 현대캐피탈의 서브는 점점 강해졌다. 10-5에서 박주형의 2연속 서브 등 연속 3득점이 나오면서 OK저축은행을 KO 직전까지 몰아갔다. 2세트 8득점을 몰아친 오레올이 24-16에서 세트를 끝냈다. 이제 우승에 한 세트만 남았다.

3세트 OK저축은행의 반격이 강해졌다. 6-9에서 최태웅 감독의 명언이 또 나왔다. “원하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말 이후 거짓말처럼 4연속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현대캐피탈의 블로킹이 봇물처럼 터졌다. 원정응원을 온 현대캐피탈 팬들의 함성은 더욱 커져갔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는 점수는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의 배구를 상징하듯 문성민이 상대의 빈 곳을 보고 밀어 넣은 연타였다. 그 순간 우승을 기념하는 대형 통천이 등장했다. 스카이워커스가 마침내 하늘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고 코트로 내려왔다.

안산 ｜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