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올해 김광현도 캠프서 체인지업 연마
포수 이재원 “점점 좋아진다” 기대감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스피드는 영원하지 않다. 투수의 팔은 ‘소모품’으로 취급된다. 또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도 온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KIA의 왼손 에이스 양현종(28)은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동갑내기이자 같은 좌완 에이스인 SK 김광현(28·사진)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 최고 137km에도 만족한 양현종, 완급조절에 대한 깨달음
양현종은 지난해 최고의 투수였다. 32경기(31경기 선발)에서 184.1이닝을 던져 15승6패1홀드, 방어율 2.44를 기록했다. 방어율 1위로 프로 첫 개인 타이틀도 따냈다. 그동안 체력저하 또는 부상으로 풀타임 완주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러한 의문부호를 떨쳐낸 시즌이었다.
성적의 이면에 예년보다 좋지 않은 환경이 있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면서 시즌 전 몸을 만드는 시간이 늦어졌고, 시즌 중에도 어깨 통증이 왔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대신 완전한 ‘포피치 투수’로 거듭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난해 기존의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까지 완벽히 장착해 절정의 완급조절능력을 보였다. 그는 “작년처럼 타자의 성향 등을 파악해 변화구를 잘 섞는 게 힘으로 던지는 것보다는 효율적이다. 투구수도 많이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힘에 의존할 때와는 달라진 점이 많다. 양현종은 2월 24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22)와 맞대결한 뒤 “날씨도 추웠고, 안 쓰던 힘을 갑자기 쓰면 부상 위험이 있기에 안타를 맞아도 내 밸런스로만 던지려고 했다. 사실 나도 투수인데 맞으면 세게 던지려는 성향이 있다”며 “그런데 스피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옛날에 힘으로 던질 때는 스피드가 안 나오면 밸런스까지 무너졌다. 오늘은 스피드가 안 나와도 내 몸의 힘을 전체적으로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실전 피칭을 소화한 양현종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7km에 그쳤다. 그러나 자신의 밸런스로 공을 던지니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스피드가 전부가 아니란 것을 깨달은 그는 140km가 넘지 않는 직구에도 흡족해했다.
● 체인지업의 매력, 김광현의 계획성 있는 체인지업 연마
양현종은 타자들에게 해답을 구했다. 그는 “요즘 타자들은 변화구 중에서도 빠른 슬라이더보다 직구 궤적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확실히 치기 힘들다고 하더라. 올해도 체인지업을 얼마나 잘 섞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체인지업이라는 오프스피드 피치는 직구처럼 들어오다 구속과 궤적이 변해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는 데 애를 먹는 공이다. 강속구 투수에게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양현종도 캠프 때는 주로 구사해온 슬라이더보다 체인지업 훈련에 공을 들인다.
김광현도 양현종과 비슷한 변화를 택해 눈길을 끈다. 불펜피칭에서 전매특허인 슬라이더 없이 직구와 체인지업만을 구사하더니, 2월 27일 LG를 상대로 한 첫 실전에서도 직구 16개, 체인지업 5개만을 던졌다. 다른 구종은 없었다.
지난해 김광현은 커브를 더 효율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직구, 슬라이더 다음으로 커브를 ‘제3의 구종’으로 장착했다. 그러나 체인지업은 ‘미완성’이었다. 김광현은 이러한 체인지업 연마에 대해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포수 이재원도 체인지업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김광현은 올해 변화구 비중, 그중에서도 체인지업의 비율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연 그가 양현종처럼 ‘포피치’와 ‘완급조절’이라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