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투수가 제 몫을 해내더라도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승수를 쌓기가 어렵다. 삼성 후라도는 올 시즌 6차례 선발등판에서 모두 QS를 기록했지만, 9이닝당 득점지원이 3.8점에 불과해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스포츠동아 DB
투수의 능력치를 가늠하는 척도는 다양하다. 특히 선발투수를 평가할 때는 평균자책점(ERA)과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주목한다. 둘 다 안정감과 궤를 같이하는 지표다. ERA가 낮을수록, QS는 많을수록 안정적인 선발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승리와 탈삼진, 피안타율, 이닝당 출루허용(WHIP) 등 세부 지표까지 뒷받침되면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그러나 ‘좋은 선발투수’가 무조건 승리를 담보하진 않는다. 매년 ‘불운의 아이콘’은 등장한다. 꾸준히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도 승수를 쌓지 못하고, 팀 승리와도 연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불운을 탓할 수밖에 없다. 올해도 아리엘 후라도(29·삼성 라이온즈)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9·KT 위즈), 김도현(25·KIA 타이거즈)이 그렇다.
후라도가 대표적이다. 올 시즌 6경기에서 모두 QS를 기록했고, ERA도 2.70으로 좋다. 그러나 1승(3패)을 챙긴 게 전부다. 피안타율(0.232)과 WHIP(1.08), 삼진(36개)/볼넷(8개) 비율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승수를 쌓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이상하리만치 운이 따르지 않았다. 9이닝당 득점지원은 3.8점에 불과하다. 특히 후라도가 등판한 경기에서 삼성의 성적도 1승5패(승률 0.167)로 좋지 않았다.

KT 헤이수스. 스포츠동아 DB
헤이수스 역시 5경기에서 3차례 QS를 기록했고, ERA는 1.01(26.2이닝 3자책점)에 불과하다. 피안타율(0.184)과 WHIP(1.05)는 오히려 후라도보다 더 좋다. 삼진(31개)/볼넷(9개) 비율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1승(1패)을 챙기는 데 그쳤고, 9이닝당 득점지원도 3.0점뿐이다.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하고 계투진이 승리를 날린 사례도 한 차례 존재한다. 눈부신 호투를 펼치고도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KT의 성적은 2승3패로 승률 5할을 밑돈다.
김도현 역시 불운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5경기에서 3차례 QS를 기록했다. ERA는 3.41(29이닝 11자책점)로 후라도, 헤이수스와 비교해 좋지 않지만,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2이닝 10안타 1홈런 1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진 탓이 크다. 이날 전까진 ERA가 1.93에 불과했다. 9이닝당 득점지원도 2.5점에 불과한 데다 승리요건을 채운 뒤 계투진이 이를 날린 경기도 한 차례 있었다. 자신이 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1승4패에 그친 것 역시 아쉽다.
반대로 행운의 아이콘도 존재한다. KIA 아담 올러는 ERA가 4.34로 좋지 않지만, 5경기에서 3승(1패)을 거뒀고, 9이닝당 8.7점을 지원받았다. 선발등판 시 팀 성적도 4승1패로 승률이 0.800에 달한다. 3차례 QS 중 2회는 6이닝 3자책점의 최소 조건 충족이었다.

KIA 김도현.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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