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오정복. 스포츠동아DB
인명사고 없음 감안? 원아웃 제도 유명무실
징계수위 강해지는 추세…KBO 상벌위 주목
kt 외야수 오정복(30)이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해 포수 장성우(26)와 투수 장시환(29)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또다시 터진 사건이다. 1군에 진입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신생팀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구단의 선수단 관리는 물론 낮은 징계수위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13일 오전 오정복을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오정복은 전날 오후 지인 등과 술자리를 갖고 수원 권선구 자택으로 차를 몰았다가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03%로 나타났다.
오정복은 SK와의 시범경기가 열린 13일 홈구장인 수원 kt위즈파크에 나와 구단에 음주운전 사실을 알렸다. 구단은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선수의 소명을 들었고, 경기 시작 후 1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시55분경 10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 kt, 일탈행위 방지 대책은 무용지물?
kt는 지난해 장성우에게 50경기 출장정지 징계와 연봉 동결, 벌금 2000만원의 징계를 내리면서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선수단 내부규정 내에 일탈행위 방지 대책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당시 “약물, 도박, SNS 등으로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단 이미지를 훼손할 경우 원아웃 제도를 적용해 퇴출 등 징계수위를 높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정복에 대한 10경기 출장정지는 ‘솜방망이’ 처벌로 볼 수 있다. 특히 ‘원아웃 제도’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구단 내규에 음주운전 시 벌금 외에 출장정지 수위에 관한 내용이 없다. 인명사고가 없었던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구단 내에 전례가 없긴 하지만, 최근 들어 각 구단이나 KBO의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다.
또 KBO가 오정복에 대해 10경기가 넘는 출장정지 징계를 내린다면, kt의 내부징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동안 관례상 KBO의 출장정지 경기수가 더 많다면, 해당 수치를 적용해왔다. KBO는 조만간 오정복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KBO는 지난해 시즌 도중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LG 투수 정찬헌(26)과 내야수 정성훈(36)에게 ‘잔여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는 등 최근 징계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 오정복의 해명과 사과
징계가 확정된 뒤 오정복은 곧바로 kt위즈파크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에게 사과와 함께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그는 “동네 아는 동생이랑 술을 먹었다. 동생도 술이 약하고 나도 집에 가야 했는데 집이 바로 앞이었다. 1km가 안 되는 거리였다”고 밝혔다.
오정복은 시민의 신고로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당초 오정복과 동행한 여성의 납치를 의심해 신고가 됐고, 경찰이 오정복의 자택 앞에서 해당 사실에 대해 확인한 뒤 음주측정을 진행했다. 오정복은 “동생을 혼자 놔두기 그래서 근처에 사니 내 차로 데려다주려 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그 모습을 오해했다. 경찰에게 동네 오빠라고 말한 뒤, 술을 마셨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오정복은 기자들 앞에서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시즌 들어가기 전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프로선수로서 이런 모습을 보여선 안 되고, 행동을 더 조심해야 했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며 “다시 1군에서 야구를 하게 되면 만회할 수 있게 성실한 태도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수원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