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승부사’ 이세돌 “원 없이 즐겼다”

이세돌 9단. 사진제공｜구글

세기의 대결 1승4패 “아쉽다” 연발
한국기원, 알파고와 리턴매치 추진

“원 없이 즐겼다.”(이세돌)

7일간 세계인의 이목을 바둑판 위로 이끌었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이세돌 vs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이 막을 내렸다. 1920개의 CPU, 280개의 GPU를 장착한 인공지능프로그램 알파고를 상대로 벌인 다섯판의 대국에서 ‘인류대표’ 이세돌(사진) 9단은 1승4패로 패했다.

13일 4국에서 3연패 끝의 단비 같은 첫 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한 이세돌은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최종 5국에서 알파고를 초읽기까지 몰아붙이며 분투했지만 끝내기에서 미세한 집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280수만에 돌을 거뒀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세돌은 “아쉽다”를 세 차례나 연발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세돌은 “(챌린지가) 끝나서 아쉽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결국 해내지 못해 아쉽다. 초반에 유리하지 않은가 했는데 그럼에도 패해 아쉽다”며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더욱 노력하고 발전하는 이세돌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승4패로 밀리며 우승컵과 상금 100만 달러를 날려 보냈지만 이세돌은 “알파고가 나보다 상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인간이 해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바둑을 즐기고 있는 건가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원 없이 즐겼다”며 활짝 웃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 역시 “오늘이 가장 흥미롭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국이었다”며 감탄했다. 알파고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대국에만 초점을 맞췄다. 더 발전시켜야할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고, 영국으로 돌아가 분석을 한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원은 프로기사와 알파고의 리턴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은 “구글 딥마인드 측에 재대결 의사를 전달했다. 3개월 정도 후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세돌 9단이 다시 대국할지 다른 프로기사가 출전할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한국기원은 알파고에게 명예 9단증을 수여했다. 한국기원이 명예 프로9단증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