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페 “한국 대표로 올림픽 뛰고 싶다”

입력 2016-03-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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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2016 서울국제마라톤’이 열렸다. 케냐 출신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가 2시간5분13초에 완주, 1등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0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2016 서울국제마라톤’이 열렸다. 케냐 출신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가 2시간5분13초에 완주, 1등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서울국제마라톤 세번째 우승 ‘실력 입증’
한국 국적 취득 작업, 6월까지 통과해야
2012년 약물 복용 ‘치료 목적’ 입증 관건


그의 질주는 곧 기록이고, 야망이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청양군청)가 한국육상에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에루페는 20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으로 골인한 2016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7회 동아마라톤(서울특별시·대한육상경기연맹·스포츠동아·동아일보·채널A·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주최)에서 2시간5분13초에 결승 테이프를 끊으며 정상에 올랐다. 2012년 이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한국개최대회 최고기록(2시간5분37초)을 24초 앞당기는 쾌거를 달성했다. 우승상금은 8만달러(약 9300만원).

2011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23초로 우승 역사를 시작한 그는 한국대회 통산 6번째 월계관을 썼고, 동아마라톤 우승은 올해 대회까지 3번째(2012·2015·2016년)다. 출발선부터 선두권에 머물며 30km 지점까지 경쟁자들과 대등하게 뛰던 에루페는 35km 구간을 기점으로 치고 올라가 서서히 격차를 벌려나갔다.

유일한 아쉬움은 목표한 2시간4분대 진입에 실패한 것이다. 역대 최고인 2만8000명이 참가한 올해 대회는 동아마라톤 역사상 가장 빠른 건각이 출전해 육상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2011년 베를린마라톤 2연패에 성공한 패트릭 마카우 무쇼키(31·케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카우는 2시간3분38초로 2008년 하일레 게브르 셀라시에(에티오피아·은퇴)가 작성한 2시간3분59초를 무려 21초나 앞당겨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후 마카우의 기록은 2년 뒤 같은 대회에서 2시간3분23초를 찍은 윌슨 킵상(34·케냐)에게 깨졌지만, 에루페와 치열한 우승경쟁이 예고돼 사상 최고 기록이 세워질 것이란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마카우는 일찌감치 선두권에서 밀려났고, 에루페는 마지막 스퍼트 구간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육상트랙에 2시간3분대로 발을 들였으나 2시간4분대까지는 딱 13초가 부족했다.

지난해에도 2시간6분11초로 이 대회 정상에 선 에루페의 도전은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새로운 무대를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 국적 취득을 추진 중인 에루페는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올림픽 무대를 밟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힘겨운 경쟁을 잘 극복했다. 훈련의 힘을 믿는다. 올림픽에 반드시 출전하고 싶다”는 우승 소감에서 그의 열망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일단 실력은 입증됐다. 그러나 국적 취득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4월 대한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1월 제21차 법제상벌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심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지약물 복용에 발목을 잡혔다. 말라리아 예방접종 주사를 맞은 것이 문제가 돼 2012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도핑테스트에 걸린 에루페는 출전정지 2년의 처분을 받았고, 2014년부터 다시 대회에 나서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2014년 7월 ‘도핑 선수는 징계만료 후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억울하다. 경기력 향상이 아니라 치료 목적”이라며 결백을 주장한 에루페는 올림픽 출전을 낙관하고 있다. ‘치료 목적’이란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제출한 가운데, IAAF는 “한국에 취업해 급여를 받은 기록이 있고, 해당국 국가대표 선발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한국은 6월)까지 국적을 취득하면 출전에 문제없다”고 답변해왔다.

에루페는 귀화절차가 마무리되면 6월 구성될 육상대표팀에 합류한다는 의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엔트리가 제출되는 시점은 7월 중순이다.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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