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 tvN①] 케이블채널의 반란, 지상파 떨고 있니?

입력 2016-03-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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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디자인|김청조 기자 minigr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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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채널 tvN 10년, 그들이 이룬 것

‘수요미식회’ ‘집밥…’ ‘꽃보다…’
전문성 가미한 예능프로그램 돌풍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 ‘시그널’…
신선한 소재…드라마 새 트렌드도
과감한 투자·자유로운 제작의 힘
개국 10년만에 ‘트렌드 리더’ 우뚝

2006년 10월9일 개국한 케이블채널 tvN이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개국 초기 채널의 모호한 정체성 탓에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2012년 ‘응답하라 1997’ 이후 본격적으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지상파 방송 3사를 위협하는 등 그 위상을 높여왔다. 방송 제작환경은 물론 문화 전반의 많은 변화를 주도하기도 한 tvN의 힘은 무엇일까.


● 할 땐 제대로!

2009년 ‘재밌는TV 롤러코스터’는 성우의 독특한 내레이션으로 화제를 모으며 과할 정도의 현실적인 연기와 사실적인 연출로 젊은 세대의 높은 공감을 샀다. 2010년 ‘화성인 VS 화성인’으로는 평범하지 않은 시청자를 등장시키며 충격과 재미를 줬다. 과도한 설정으로 인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후 드라마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예능프로그램은 즉흥적인 재미보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선회했다. 요리를 소재로 한 ‘수요미식회’ ‘집밥 백선생’, 인테리어를 다룬 ‘내 방의 품격’, 유럽, 아프리카 등 배낭여행의 낭만을 담은 ‘꽃보다’ 시리즈 등은 기존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보다 더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연출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요리사와 건축가 등 전문가의 출연은 설득력을 높이기도 했다.

‘SNL 코리아’나 ‘코미디 빅리그’로는 완전히 웃음에만 집중하고, ‘고성국의 빨간 의자’와 ‘쿨까당’ 등 교양프로그램을 통해 장르의 균형도 맞춘다.

‘꽃보다’·‘삼시세끼’ 시리즈로 재능을 발휘한 나영석 PD. tvN의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면서 방송계에 케이블채널의 힘을 과시한 무대이기도 하다. 동아닷컴DB

‘꽃보다’·‘삼시세끼’ 시리즈로 재능을 발휘한 나영석 PD. tvN의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면서 방송계에 케이블채널의 힘을 과시한 무대이기도 하다. 동아닷컴DB



● 공격적 행보!

tvN은 개국 초기 시행착오 뒤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자유롭게 제작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 효과는 CJ E&M(CJ)이 2011년 KBS 2TV 간판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기획자이자 최초 연출자인 이명한 PD를 비롯해 신원호·나영석 PD를 잇따라 영입하면서 나타났다. 이들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해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등으로 이름값을 더욱 높였다.

tvN은 이제 스타급 작가까지 품고 있다. 연기자들이 드라마 작가의 작품을 따라 출연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리는 전략이다. 노희경 작가가 집필하고, 그의 사단으로 불리는 조인성이 출연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를 5월 방송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와 ‘시크릿가든’의 김은숙 작가 등이 각각 속한 문화창고와 화앤담픽쳐스도 인수했다.


● 굿 타이밍!

tvN의 비상은 지상파채널에는 굴욕을 안겼다. 이제 tvN의 콘텐츠나 제작 형태를 무시하지 못할 상황이 됐다. 심지어 tvN 프로그램을 모방한 게 아니냐는 비난과 논란에 직면하기도 했다. 실제로 KBS는 2013년 ‘꽃보다 할배’의 높은 인기에 출연자의 성별만 바꾼 듯한 ‘마마도’를 방송했지만 표절 의혹을 샀을 뿐이다. 또 tvN이 정착시킨 금·토드라마 밤 시간대에 ‘스파이’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패했다.

이처럼 하나의 소재가 인기를 끌면 다른 방송사들이 모두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지상파 채널의 신선함은 예전 같지 않았다. tvN의 다양한 콘텐츠가 매력을 뿜어낸 또 다른 배경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tvN은 의식적으로 지상파 방송사가 만들지 않는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이에 젊은 층이 관심을 보였고 이제 중장년층으로까지 넓어졌다”며 “지상파 채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낮아지는 시기였고, 이 역시 tvN의 성장세와도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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