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저축은행 외국인선수 시몬(13번)과 김세진 감독(오른쪽)이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과의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로 우승이 확정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 안산|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최태웅 감독, 우승팀 OK 저축은행에 아낌없는 박수
동업자 정신 빛났던 V리그 챔프전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의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선 이례적인 일이 참 많이 일어났다. 삼성화재 출신의 양 팀 사령탑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서로를 껴안고 격려했다. 상대 감독끼리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않던 과거 챔프전들과는 달랐다.
24일 OK저축은행의 우승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장에서도 이례적인 일이 또 나왔다. 우선 패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표정이 밝았다. 상대에 대한 덕담이 줄줄 나왔다. 최 감독은 “예전 초창기 삼성화재를 보는 것 같다. 앞으로 5년은 더 우승할 것 같다”며 OK저축은행을 칭찬했다.
경기 후 코트에 앉아있던 선수들을 일으켜 세워 시상식을 함께 지켜보는 순간 ‘괴롭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감독은 “전혀 괴롭지 않았다. 2연패 뒤가 괴로웠지 오늘은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뚫을 수 없는 팀이었다. 이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름다운 2위 아니냐”고 답했다. “올해의 수확은 우리 선수들이 단단하게 잘 뭉친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문성민을 중심으로 원팀이 된 것을 확인했다”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감독이 취재진에게 “한 시즌 동안 수고하셨습니다”며 인사하고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V리그 챔프전 역사상 패장에게 취재진이 자발적으로 박수를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현대캐피탈 신현석 단장과 김성우 사무국장이 예고도 없이 들어왔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우승세리머니 도중이라 기자회견장이 비어있는 틈을 이용했다. 신 단장이 “잠시 막간을 이용해서 왔다. 한 시즌 동안 성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내년에도 준비 잘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업템포 2.0 배구’로 또 도전하겠다”고 인사하자 또 박수가 나왔다. 역시 변화된 V리그를 상징했다.
예년이라면 패한 팀의 프런트는 심판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쳐들어가 잔치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봄 배구’는 모두의 축제였다. 여자부 준우승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도 상대의 우승을 축하했다.
샴페인을 뒤집어쓰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세진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에 대한 덕담을 많이 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어떻게 이겼는지 지금도 신기할 정도로 현대캐피탈이 잘했다. 1차전 1세트 20-21에서 교체로 들어간 김정훈이 블로킹을 성공시키면서 넘겨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답이 없었다. 올 시즌 가장 두려운 상대였고, 어떤 시스템이나 전술을 들고 나와도 항상 찜찜한 팀이었다”며 경쟁자를 추켜세웠다. 김 감독은 “진심으로 시몬이 고맙다. 곽명우는 나중에 따로 진하게 술 한 잔을 살 것이다. 부상선수가 많아 힘들었는데, 6라운드 주전선수를 다 빼고 했던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지고 있으면서도 흥이 나서 경기를 했는데 그 날이 이번 시즌의 분수령이었다. 그때 분위기를 바꾼 것이 우승까지 이어진 계기였다”고 밝혔다.
안산 |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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