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2026년 5월 2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빅토리아주 노동당 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2026년 5월 2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빅토리아주 노동당 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코미디 팟캐스트에서 한 발언으로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끝에 공개 사과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가벼운 게임에 응했다가 정치권의 거센 비판을 받은 사례로, 정치인의 뉴미디어 소통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공개된 코미디언 니키 오즈번의 팟캐스트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세계 정상들에게 받은 선물과 반려견 등 일상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진행자 오즈번은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가수 카일리 미노그,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 방송인 론다 버치모어 가운데 누구와 결혼하고, 데이트하고, 잠자리를 하고 싶은지를 묻는 이른바 ‘잠자리·결혼·데이트’(shag, marry, date) 게임을 제안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처음에는 “최근에 결혼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오즈번이 “만약 결혼 생활이 끝났다고 가정하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고 거듭 묻자 “당연히 카일리”라고 답했다.

오즈번이 “그렇다면 카일리와 결혼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잠자리도 하고 싶다는 뜻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앨버니지 총리는 “전부 다(All of the above)”라고 답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호주 정치권에서는 총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호주에서는 정치인들이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에 출연해 대중문화나 스포츠 등 가벼운 주제를 놓고 유권자들과 접점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번 발언은 총리로서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야당 소속 사라 헨더슨 상원의원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이며 호주 국민에게도 창피한 일이고, 총리라는 직책의 품격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잘리 스테걸 의원도 “총리가 그런 게임에 참여한 것 자체가 전적으로 부적절했다”며 “총리는 그런 질문에 응하지 않고, 그것이 성차별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집권 노동당의 타냐 플리버섹 장관은 “총리가 카일리 미노그의 팬이라고 말한 것이라면 수백만 호주인과 같은 생각일 뿐”이라며 “이 정부와 총리만큼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 정부는 없었다”고 옹호했다.

논란이 커지자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부총리를 지낸 카멀 테버트와 2000년 결혼해 2019년 이혼했으며, 지난해 16세 연하의 조디 헤이든과 재혼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