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의 빛나는 마이웨이

입력 2016-03-3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해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영원한 황새’ 황선홍 전 감독은 모처럼 얻은 재충전의 시간을 독일에서 알차게 활용하며 또 한 번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베를린 훈련 직접 보며 배움의 시간
U-19대표팀 연습경기 찾아 격려도


똑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이를 낭비하는 사림이 있는가 하면, 자기 것으로 만들어 단 1초도 헛되이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프로축구 사령탑 통산 100승에서 1승만을 남겨놓고 K리그 팬들의 곁을 잠시 떠난 ‘영원한 황새’ 황선홍(48)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모처럼 얻은 재충전의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며 또 한 번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황 전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독일 보름스의 EWR 아레나에서 벌어진 한국-독일의 19세 이하(U-19) 대표팀 연습경기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국내서 펼쳐질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어린 태극전사들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스포츠동아와 만난 그의 따뜻한 눈빛과 밝은 얼굴은 여전했다.

황 전 감독은 베를린에 거주하며 분데스리가 ‘돌풍의 팀’ 헤르타 베를린에서 채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많은 클럽들 가운데 굳이 베를린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줬다. 얼마나, 어디까지 내가 참여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팀을 찾았다. 베를린은 훈련과 연습경기, 실전을 직접 참관하도록 했다. 팔 다르다이(50) 감독과 교류가 있다.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밝혔다.

백문이 불어일견. 직접 보기 전까지는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황 전 감독은 베를린뿐만 아니라 도르트문트, 묀헨글라트바흐의 구석구석도 돌아봤다. 눈으로 직접 보고 발로 뛰며 독일축구의 이것저것을 배우고 있다. 그는 “어렵게 현장에 왔다면 그들이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또 어떻게 구사하는지 정확히 살펴야 한다”며 “아직 이탈리아 세리에A는 보지 못했지만,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왜 이들의 프로리그가 성행하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독일의 축구 스타일이었다. 황 전 감독은 “축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독일 수비수들은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며 빠르게 수비전환에 성공한다. 독일은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독일도 그간 전술적, 기술적으로 스타일이 많이 진화하고 바뀌었다. 공격수들을 보면 일반적인 제공권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빌드-업에서 시작되는 빠른 공격을 추구한다. 체격으로 축구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독일도 체격이 작은 선수들이 일선에서 빠른 움직임으로 공격 전개를 한다”고 덧붙였다.

U-19 대표팀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자신감이 그가 해주고픈 조언이었다. 황 전 감독은 “시차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힘들었을 것이다. 독일은 분명 강호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아직 어리고 성장단계다.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자신감으로 무장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황 전 감독은 아직 자신의 다음 행보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다. “아직 현장에 복귀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의 컴백을 기다린다. 짧지 않은 지도자 생활에서의 ‘비움’과 배움의 시간을 통한 ‘채움’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보름스(독일) | 윤영신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