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中·日에 뒤처진 면세점 정책…아직도 교통정리

입력 2016-04-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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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누군가는 업계를 속된 말로 ‘멘붕’에 빠트린 정책 오류를 인정할까 지켜봤지만 역시 그런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없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오락가락한 정책 때문에 관련 기업과 관계자들이 겪은 피해와 문제점을 책임지겠다는 담당자도 당연히 없다.

하루아침에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뜨거운 감자’가 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 결정이 4월로 미뤄지면서 기업들은 처한 상황에 따라 둘로 나누어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대전’을 통해 힘들게 사업권을 따낸 두산, 한화 등은 펄쩍 뛰며 반대하는 상황이고, 영업권을 허망하게 내놓아야 했던 롯데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은 재도전의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면세점 성패를 좌우한다는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은 교통정리가 안돼 혼란스러운 한국 면세점에 선뜻 매장을 허락하지 않고 관망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등 떠밀리듯 자의반, 타의반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은 영업이 부진해 울상이다. 미래전략산업이라고 청와대부터 정부 기관까지 입만 열면 강조하는 관광산업. 그중 관광객 유치, 외화 획득의 핵심 분야라는 면세점 정책이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모르고 헤매고 있다.

왜 이런 혼란이 일어났을까. 우선 세계시장에 대한 상황 인식부터 안이했다. 지난해 재개를 들썩인 면세점 심사 때 관세청 등 주무 부처는 보안에 유난을 떨면서도 정작 일본과 같은 경쟁국가들이 중국 ‘유커’가 이끄는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건 신경쓰지 않았다. 일본이 도쿄 한복판에 대형 면세점을 준비할 때 우리는 매출 3위를 기록하며 잘 나가는 매장을 문 닫으라고 결정했다.

면세점 산업에 대한 현실 파악도 어설프긴 마찬가지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에만 취해 누구든 허가만 내주면 곧 대박날 것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물류시설과 유통망, 해외 유명 브랜드 네트워크 등 면세점이 갖추어야할 전문성을 심사 때 고민했다면 신규 허가 6개월 만에 특허 추가를 고민하는 한심한 상황은 맞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 도쿄 시내 면세점에 이어 공항에 입국면세점을 추진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일본에 앞서 중국도 19개 국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 설치를 결정했다. 남들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출발도 못하고 여전히 누가 뛰어야할지 정하느라 뭉기적거리고 있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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