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를 가다] 찬란했던 고대도시 에페수스2

입력 2016-04-07 17: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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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익숙하면서도 낯선 것들의 정체

쿠레테스 거리의 원형기둥 사이사이로 세워진 인물들의 석상을 구경하며 길을 내려가다 보면 하드리아누스 신전Hadrianus Temple이 나타난다.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기둥에 새겨진 조각들이 매우 아름답다. 특히 신전의 앞쪽 아치에 새겨진 행운의 여신 티케Tyche의 조각과 양팔을 벌린 메두사 조각이 인상적이다. 쿠레테스 거리의 끝자락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면 벽면을 따라 이어진 대리석에 동그란 구멍들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것들의 정체는 바로 로마 시대의 좌변기로 당시 5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던 공중화장실. 물이 흘러 들어오는 위쪽은 이용료가 비쌌고, 냄새가 나는 아래쪽은 보다 저렴했다. 일부 부유층은 따로 지정석을 이용했으며, 하인들이 먼저 와서 차가운 대리석을 덥혀 놓는 일도 있었다고. 공중화장실의 옆 건물은 고대의 유곽으로 추정된다. 그곳에서 거대한 남근을 지닌 풍요의 신 프라이아푸스Priapus의 석상이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대리석 거리 위에 여자의 얼굴, 하트 모양 그리고 왼발이 새겨진 바닥이 있는데, 유곽의 방향을 알리는 표시라는 설과 새겨진 발자국보다 발이 큰 성인만 갈 수 있었다는 설 등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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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수스 유적의 백미

하드리아누스 신전도 아름답고, 공중화장실과 유곽에 얽힌 이야기들도 흥미롭지만 쿠레테스 거리와 대리석 거리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켈수스 도서관이야말로 에페수스 유적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코린트 양식과 이오니아 양식이 혼합되어 화려하게 지어진 중앙 입구는 에페수스 유적의 압권이다. 정면에 있는 네 여인의 석상은 각각 지혜Sophia, 덕성Arte, 학문Ennoia, 지식Episteme을 상징한다. 2세기 초반 학문을 사랑하던 로마의 소아시아 총독 율리우스 켈수스Julius Celsus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아들 율리우스 아퀼라Julius Aquila가 이 도서관을 세웠다. 전성기 때는 1만 2천권의 두루마리 장서를 보관했고, 그것은 알렉산드리아, 페르가몬에 이어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고 전해진다. 켈수스 도서관에서 대극장까지 이어지는 대리석 길 왼편의 넓은 부지는 에페수스의 상업 아고라Commercial Agora로 항구와 가까운 곳에 조성되어 각지에서 들어온 물건이 총집합하던 거대한 국제 시장이었다. 원형기둥과 아고라의 터가 남아있어 온갖 물건과 다양한 인종들로 북적거렸을 고대 상업 아고라를 떠올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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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서 바라보는 에페수스의 위용

산의 경사면을 이용하여 지어진 웅장한 모습의 대극장Great Theater은 에페수스 유적의 대미를 장식한다. 대극장은 2만 4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일반적으로 로마 시대 극장들이 도시 인구의 약 10%를 수용할 수 있도록 지어진 점을 고려하면 당시 에페수스의 인구는 약 25만 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연극을 비롯한 각종 예술 공연과 민회가 이루어졌고, 로마 시대 말기에는 검투사와 맹수의 싸움도 벌어졌다. 계단에 올라 상부의 객석에 오르니 대극장에서 항구까지 쭉 뻗은 아르카디안 거리Arcadian Way가 한눈에 들어온다. 500미터가 넘는 거리의 양옆으로 원형 기둥과 상점들이 늘어섰고, 밤에는 50여 개의 횃불로 가로등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 에페수스가 바다와 맞닿은 항구 도시였을 때, 배를 타고 에페수스에 도착한 사람들은 항구의 욕장에서 몸을 씻고 이 길을 따라 도시로 들어왔을 것이다. 시원하게 뻗은 대로 뒤쪽으로 보이는 대극장의 위용에 감탄사를 내뱉었을 고대 로마인들의 모습이 거리 위에 그려진다.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협조·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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