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이수는 어쩌다 뮤지컬계 민폐남이 됐을까

입력 2016-04-08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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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씨 더 맥스 이수의 뮤지컬 출연을 두고 항의의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발단은 이랬다. 지난 5일 뮤지컬 ‘모차르트!’의 캐스팅이 발표되고 그 중 이수가 타이틀롤인 모차르트 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핀 것.

보컬리스트로서 이수의 가창 실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뮤지컬 경험이 전무한 상태의 이수가 대극장 라이센스 공연의 주연을 맡은 점과, 지난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그의 이력까지 더해지면서 뮤지컬 팬들은 이 같은 캐스팅에 즉각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라인에서 하차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제작사인 EMK 뮤지컬컴퍼니와 대관을 해준 세종문화회관, 아동인권센터, 해외 원작자에게까지 직접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에 나서고 있다.

사실 뮤지컬 계에서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연예인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덜컥 주연부터 꿰차는 경우는 이수가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고 군에 입대한 주지훈은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2012년 뮤지컬 ‘닥터지바고’에 출연하기로 했으나 공연 개막을 불과 2주 앞둔 시점에 성대결절을 이유로 하차했다. 군 복부 시절 안마시술소 출입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세븐 역시 지난해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남주인공인 토드 역할을 맡아 복귀했으나 관객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위에 언급된 연예인들과 다른 경우지만 최근에는 자우림의 김윤아가 뮤지컬 ‘레베카’에 캐스팅됐으나 후두염 진단으로 단 1회 공연 후 하차하며 다른 배우가 중간에 긴급 투입되는 등 뮤지컬 팬들에게 아쉬운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김윤아가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최정상급 가수임은 분명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보여준 것이 없다.

한 공연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이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우회적인 복귀 수단으로 뮤지컬을 선택하거나 무대 경험이 전무한 연예인들이 제대로 된 준비없이 무턱대고 주연을 맡은 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결국 제대로 터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무대가 재기의 수단으로 전략하는 등 그동안 공연계에 접근하는 연예인들의 방식에 대한 불만이 이수를 발화점으로 폭발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의 제작사인 EMK 뮤지컬컴퍼니와 이수의 소속사 뮤직앤뉴 측은 현재 제대로 된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상황.

이런 가운데 뮤지컬 팬들의 항의는 7일 티켓 예매 오픈을 기점으로 정점으로 치달았다. 뮤지컬 팬들은 이수 회차의 공연 분은 물론 ‘모차르트!’의 다른 캐스트 회차, 심지어 해당 제작사의 또 다른 작품들까지 불매 운동을 벌이며 보이콧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공연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재 공연 중인 ‘마타하리’와 ‘레베카’의 지방공연 예매표의 취소 인증 글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제작사에 대한 불만도 물론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 정점에는 이수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열심히 작품을 준비한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물론, 2010년 초연 후 네 번의 재 공연을 거치면서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모차르트!’라는 작품의 이미지에 오점을 남긴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뮤지컬은 배우의 일방적인 보여주기로만은 완성될 수 없다. 무대 위 배우와 객석의 관객들이 서로 감정을 교류하고 그 교감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거기에서 오는 감동은 다른 장르에 비해 훨씬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소수의 팬들을 두고 팬미팅을 할 것이 아니라면, 이미 관객들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이수가 무대 위에서 어떠한 식으로 감동을 전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남는다.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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