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상현이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6회말 대형 2점홈런을 친 후 덕아웃에서 동료선수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회에도 윤석민 상대 130m 투런
2009년 ‘2군의 배리 본즈’로 불렸던 만년 유망주 김상현은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됐다. LG에서 KIA로 이적한 직후 당시 조범현 감독은 김상현에게 “타석에서나 수비에 나가서나 마음대로 해봐라”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에게는 “수비 때 실수나 실책을 해도 나무라지 마라”고 했다. ‘자신감’을 가슴에 품은 김상현은 무려 36개의 홈런을 때리고 127타점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2016년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kt 조범현 감독은 30대 중반의 김상현(36)을 보며 “2009년 보다 더 좋은 타격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저 몸을 봐라. 힘 하나는 최고다. 유연성도 있다. 타석에서 수 싸움을 더 까다롭게 하고 밀어치는 타격을 하면 지금까지 보다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조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김상현은 올해 40홈런도 칠 수 있다. 내 바람이다”며 장외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김상현 스스로도 “40개는 어려운 숫자다. 그러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캠프에서 밀어치는 훈련을 많이 했다. 타구가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발목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했던 김상현은 10일 시즌 초반 부상의 한을 풀 듯 비거리 145m를 날아가 수원 kt위즈파크 가운데 담장을 훌쩍 뛰어 넘는 초대형 홈런포를 보여줬다.
김상현은 이날 KIA전 3회말 무사 1루에서 윤석민을 상대로 가운데 백스크린을 정면으로 때리는 비거리 130m 대형 2점 홈런을 때렸다. 시속 142km 직구가 가운데로 살짝 몰리자 주저 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가장 이상적인 스윙궤도로 타구를 맞추면서 중견수 머리 위로 날아가는 좋은 타구를 쳤다.
6회말에는 팀이 7-5로 앞선 상황에서 2점 더 달아나는 결정적인 홈런을 쳤다. 무사 1루에서 홍건희가 던진 143km 직구를 그대로 통타한 타구는 3회말과 똑 같은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백스크린 지붕을 맞고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기록원이 발표한 공식 기록은 비거리 145m로 초대형 홈런이었다. 수원구장 리모델링 이후 지난해 박병호가 넥센에서, 그리고 NC 이호준이 기록한 비거리 135m를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리모델링 전 현대가 수원구장을 홈으로 썼을 때까지 확대하면 2001년 6월 20일 두산 우즈, 2004년 4월 29일 현대 심정수가 기록한 145m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김상현은 “최근 부담이 커지다 보니 마음이 다급했었는데 빨리 감을 되찾아 다행이다. 어제부터 밸런스도 좋고 타석에서 노림수도 잘 맞았다. 145m 비거리는 특별한 의미보다 성실하게 타석에 서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홈런을 칠 수 있는 힘이 남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