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 이근호는 1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홈경기 후반 33분 김호남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제주에서 좋은 기회를 얻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10일 제주 신고식…관중들 기립박수
조성환감독 “FW·윙포워드 동시 활용”
제주 유나이티드-수원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4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10일 제주월드컵경기장. 후반 33분 공격수 김호남을 대신해 등번호 22번의 선수가 투입됐다. 그 순간 제주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홈팬들의 열띤 함성을 이끌어낸 선수는 바로 이근호(31)였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우리 홈경기에서 선수의 교체출장에 팬들의 환호성이 나온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근호의 등장에 관중의 뜨거운 호응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경기 흐름까지 싹 바뀌었다. 관중석 분위기뿐 아니라 팀 공격에까지 활기가 돌았다. 이근호는 제주 데뷔전에서 팀이 그토록 원하던 ‘스타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 조성환 감독 “이근호, 꼭 영입하고 싶었다”
이근호는 2월 1일 카타르리그 엘 자이시와 상호 계약해지에 합의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됐다. 그의 행보는 축구팬들의 관심사였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오퍼가 왔지만, 그의 선택은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제주 조성환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이근호 영입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카타르 구단과의 계약관계가 남아있어 접촉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에이전트 측에서 이근호가 FA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가 직접 나서야 영입이 가능하겠다 싶어 전화를 걸었다. (이)근호가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하겠습니다’라는 답을 줬고, 얼마 되지 않아 계약에 합의했다”고 영입 당시를 떠올렸다.
조 감독이 이근호를 원했던 이유는 그가 팀 공격력 강화를 위한 최상의 카드였기 때문이다. 제주는 오프시즌 동안 윤빛가람(중국 옌볜FC), 로페즈(전북현대)가 전열을 이탈함에 따라 이를 대체하기 위한 공격자원 보강에 공을 들여왔다. 조 감독은 “시즌 직전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조직력을 구축하는 데 적잖은 부담이지만, 근호는 인성적인 면이나 기량적인 면에서 모두 이른 시일에 적응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며 이근호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 ‘기회의 땅’ 제주
이근호는 2014년 상주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직후 엘 자이시로 이적했다.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골을 기록한 직후였기에 그의 주가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엘 자이시에선 별다른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고, 출전시간도 점점 줄었다. 지난해에는 전북으로 임대 이적하기도 했다. 그는 카타르 생활에 대해 “준비가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로 진출했던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이근호는 10일 수원삼성전에서 제주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렀다. 후반 33분 투입된 그는 12분 남짓 뛰는 동안 절묘한 크로스와 후반 추가시간 위협적인 헤딩까지 선보이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그는 경기 후 좀처럼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근호는 “더 집중했어야 했다. 아쉬웠다”며 제주 소속으로 첫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조 감독은 수원삼성전을 시작으로 이근호의 출장시간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조 감독은 “이근호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윙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다방면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제주와 이근호에게는 13일 오후 4시 열릴 상주상무와의 5라운드 홈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제주에서 새 출발에 나선 이근호는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경기(수원삼성전)에 투입될 때 팬들의 함성을 들었다. 그에 보답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에 나서야 할 것 같다. 동료들과의 호흡에서 문제는 없다. 훈련을 통해 선수들과 서로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맞춰가고 있다. 문제라면 내 몸 상태다. 그래도 컨디션이 생각보다는 빨리 좋아지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뛸 때 그 가치가 빛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제주에서 좋은 기회를 얻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서귀포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