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송혜교 주연의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중 동시방송을 통한 숱한 기록을 남기고 14일 막을 내린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한류 열풍을 재점화하면서 ‘K드라마’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사진제공|NEW
14일 종영하는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큰 성공은 향후 한국드라마가 현지 공략에서 맞게 될 또 다른 장벽이란 의견도 나온다. ‘태양의 후예’가 남긴 것들을 정리했다.
별그대 열풍 이후 콘텐츠 심의 강화
강화되는 검열…작품완성도 우려도
‘태양의 후예’는 한국드라마로 처음 중국 동시방송을 시도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11일 오후 4시 현재 현지 동영상사이트 아이치이에 공개된 14회분까지 누적 조회수는 24억회를 넘었다. 기존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사례가 없었고, 중국 동시방송도 처음이어서 우려가 컸지만, ‘태양의 후예’는 보기 좋게 이를 뒤집었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의 성공을 마냥 기쁘게 바라볼 수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갖가지 제약이 수반되는 중국의 사전검열이 작품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국드라마가 만들어낸 열풍을 이상 징후로 받아들여 더욱 강력한 규제를 만들어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 동시방송을 위해 16부에 이르는 전 편에 대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해외영상물 사전심의를 거쳤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제도가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열풍으로 온라인 콘텐츠까지 심의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태양의 후예’ 중국 버전은 현지 검열로 인해 일부 장면이 삭제되거나 한국 버전과 다른 내용으로 방영됐다. 중국에서 공개된 1회에는 한국군과 북한군의 격투 장면이 잘려나갔고, 13회에서 북한군의 국적은 치누크라는 가상 국가였다. 14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성사된 이산가족상봉은 중국 버전에서 한국-치누크 경제협력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그려졌다. 제작사는 현지 요구에 따라 한국과 다르게 편집하거나 영어로 더빙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 심의에 맞추다 한국드라마의 색깔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중국 당국의 검열이 더욱 엄격해지면 결국 이야기가 엉뚱하게 흐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는 한국드라마의 중국 공개에 대한 현지 규제와 관리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대중의 집단행동이나 새로운 사회현상에 민감한 중국 정부는 ‘송중기 주의보’를 내릴 정도로 ‘태양의 후예’ 열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은 타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규제로서 제한한다”며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심의가 강화된 것처럼 ‘태양의 후예’ 이후에는 더 강력하고 엄격한 규제가 생겨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제2의 태양의 후예’를 노리는 작품이 줄줄이 제작되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 ‘사임당, 더 허스토리’ 등이 중국에서 방영되기까지 ‘태양의 후예’가 겪어야했던 수준 이상의 장벽을 넘어야할지 모를 일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