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천우희·강예원, 그녀는 용감했다

입력 2016-04-14 17:1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배우들의 용감한 도전이 영화계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에서 다루었던 사건에 대한 이슈를 재점화 시키고, 문화 예술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관심까지 이끌어 내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 ‘도가니’를 통해서는 ‘도가니법’이 탄생되기도 했으며, 영화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사건의 재수사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사례들이 있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제작자들은 적은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으며, 실제로 영화 ‘한공주’와 최근 개봉한 ‘날, 보러와요’의 제작사 역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에 응답해주는 고마운 관객들을 위해 꾸준하게 작품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영화들은 대체로 소재 자체가 무겁고, 사회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부분을 다루다 보니 극에 몰입해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는 많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극한의 상황에 놓이고 또 그 감정에 몰입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며, 특히 여배우들에겐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기에 더욱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에 최근 몇 년 사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용기 있게 도전해 사회적인 이슈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전하고, 더불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작품을 추가하며 재조명을 받은 여배우들이 있다.

먼저 2013년 배우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이 있다. 2004년 ‘장미정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는 마약범으로 오인되어 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주부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애타게 세상에 호소하는 남편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에는 대사관과 정부 부처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고스란히 담겼고 이후 이렇게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사건들이 재조명 되기도 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13년 개봉해 많은 화제를 낳았던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도 있다. 영화는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으며, 천우희는 피해 여고생으로서 분해 사건의 피해자가 오히려 편견과 오해를 피해 숨어 살아야 하는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내 대중들에게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시선과 미성년 가해자 처벌에 대한 적절성 등에 대해 경각심을 안겨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 역시 몇몇 실화들을 바탕으로 <정신보건법 제24조>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영화는 개인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멀쩡한 사람도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이 또한 법이 바뀌지 않는 한 2차, 3차의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되어 믿기 힘든 시간을 보낸 ‘수아’역을 맡은 강예원이 여배우로서의 많은 것을 내려놓으며 몰입도 있는 연기력을 선보여,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정신보건법 제 24조>의 악용 사례를 다시 한 번 대중들에게 상기시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날, 보러와요’의 이철하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실화에 기초한 영화를 통해 사회적 관심과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그게 영화의 또 다른 순기능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언급한 것처럼 영화 속 소재가 대중들에게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여배우 기근에도 불구하고 충무로에서는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실화 바탕의 묵직한 영화들을 만들어 내며, 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힘든 상황을 이겨냈을 여배우들, 이들의 용감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