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에반스-SK 고메즈(오른쪽). 스포츠동아DB
외국인타자 부진에도 1·2위 질주
KBO리그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2014년부터 제도적으로 외국인타자가 부활한 뒤엔 야마이코 나바로(전 삼성)나 에릭 테임즈(NC)처럼 잘 뽑은 ‘타자 용병’이 큰 역할을 했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후 초창기에도 타자들의 파급력은 컸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리그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꼭 그렇지 않다. 국내 타자들의 능력은 나날이 상승했고, 외국인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팀도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순위표 최상단에 있는 1위 두산과 2위 SK 모두 외국인타자의 존재감이 미미한데도 시즌 초반 상위권을 지배하고 있다. 외국인타자들이 있으나 마나한 셈이다.
두산은 25일 4번타자 닉 에반스를 아예 2군으로 내려 보냈다. 18경기서 타율 0.164(61타수 10안타)·1홈런·5타점, 분명 실망스런 성적이다. 에반스가 없어도 타선은 탄탄하다. 처음 선발라인업에서 빠진 21일 수원 kt전 이후 ‘4할대 타율’을 기록 중인 오재일이 4번타자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두산엔 1루 포지션이 겹치는 오재일 외에도 외야수 김재환이나 내야수 최주환 등 빈 자리가 없어 지명타자와 벤치를 오가는 멤버들이 많다. 대체자원이 충분하다. 특히 오재일과 김재환은 올 시즌 자신의 잠재력을 완벽히 폭발시키며 에반스가 보여주지 못한 장타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에반스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 “빈 자리가 안 느껴지기 보단, 용병이 들어와서 자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잘 맞고 있지만 타격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김 감독은 에반스가 그 간극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원진 코치를 이틀간 2군에 동행시켰고, 이후엔 2군 코치들과 전환점을 찾길 바라고 있다.
SK는 유격수 헥터 고메즈가 벤치를 지키고 있다. 가래톳 부상으로 19일 문학 넥센전부터 벌써 1주일 넘게 선발 라인업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지만, 대타로 제한적 기회를 얻고 있다. SK 김용희 감독은 “지켜보고 있다. 100%가 돼야 쓸 수 있다. 수비 시 역동작이 걸리거나 순간적으로 힘을 쓸 때 재발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고메즈의 성적을 보면 굳이 잘 치고 있는 SK 타선을 흔들 필요도 없다. 고메즈는 26일까지 16경기서 타율 0.196(56타수 11안타)·3홈런·7타점에 그치고 있다. 이따금 장타가 터지고 있지만, 타율이 너무 낮은 ‘공갈포’ 수준이다. 2루수로 갔다 다시 유격수로 간 김성현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데다, 2루수로 투입된 최정민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