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 눈 뜨게 한 김태형 감독, 그리고 쌍둥이

입력 2016-05-05 0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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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가 우리 팀 타자들 중 가장 좋아요. 라이너성으로 담장을 넘긴다니까요.”

김태형 감독은 두산 사령탑을 맡으면서 김재환(28)을 늘 언급했다. 재능은 빼어나지만 어느 포지션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재야에 묻혀 있는 제자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타자 김재환’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김 감독의 아쉬움은 컸다.

김 감독과 김재환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감독은 두산에 입단한 신인김재환의 타격재능을 한 눈에 알아봤다. 포지션이 포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구의 질이 워낙 좋아 눈여겨 봐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산 감독이 된 후 김재환에게 가장 먼저 “수비보다는 타격에 집중하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김재환은 신인시절부터 자신을 지도한 김 감독의 말을 믿고 지금까지 끌고왔던 포수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1루수로 포지션을 결정하고, 타격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에도 타율 0.235·7홈런·22타점에 그치며 48경기밖에 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끝까지 김재환을 믿었다. 오재일과 함께 중심타선을 맡아줄 타자로 성장해주길 마음속으로 바랐다. 김 감독의 바람과 김재환의 노력이 올해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김재환은 4일까지 16경기에 나가 타율 0.375·7홈런·17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장타율이 무려 0.975에 이른다. 4일 잠실 LG전에서는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 5안타(2홈런) 5타점 4득점으로 폭발하며 팀의 17-1, 대승을 이끌었다.

김재환은 경기 후 “코칭스태프가 심적으로 편안하게 해주시고, 형들도 잘 하라고 응원을 많이 해준다”며 “좋은 기를 받아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올해 가장 달라진 부분은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그동안 1군과 2군을 자주 왔다 갔다 했는데 상심하지 않고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며 “다행히 올해 좋은 결과가 나왔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말 세상의 빛을 본 쌍둥이 딸들도 김재환에게는 든든한 응원군이다. 그는 “아빠들이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들어가도 아이들만 보면 잊혀진다는 말을 요즘 실감한다. (쌍둥이 육아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내가 계속 웃고 있다. 정말 좋다”며 말했다. 이어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좋은 타격감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혹시 타격감이 떨어지더라도 상심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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