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꿀단지’ 이재준 “최종 목표, 믿고 보는 배우되는 것”

입력 2016-05-10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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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일일극 ‘우리 집 꿀단지’로 7개월의 장기 레이스를 이제 막 끝마친 이재준은 한층 달라진 모습이었다. 풋풋한 소년의 느낌이 강하던 그는 제법 성숙해지고 남자의 향기까지 풍겼다.

“화술이나 발성을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그만큼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말도 아끼고 잘 안 하려고 했었는데 일부러 혼잣말도 해보면서 말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했어요. 평소에 말이 느려서 조금 빨리 말하려는 연습도 했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타인과의 대화에도 훨씬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 것 같아요.”

변화한 이미지만큼이나 이번 작품은 배우 이재준에게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첫 지상파 드라마였고 첫 주연작이었다. 처음 경험한 긴 호흡의 작품이였고, 처음으로 높은 시청률의 달콤함도 경험했다.

“일일극은 주연이라고 해도 등장 배우 모두 주연인 느낌이 강하다 보니 주연이란 타이틀에 연연하진 않았어요. 제가 잘해서라기보단 선배님들 선생님들이 잘해주신 덕이 컸죠. 전체 공중파 시청률 1위를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 '태양의 후예'가 나오면서…(웃음) 물론 시청률이 잘 나온 건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죠.”

김용림, 이영하, 최명식 등 많은 대선배들과의 작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경험이 됐다. 선배들의 연기 하나하나는 그에게 큰 밑걸음이 됐다.

“어려우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려운 선배님들이지만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궁금한 걸 여쭤보면 언제든지 자세히 알려주시고 서는 자세나 입 모양, 표정부터 디테일 하나하나 다 조언을 해주셨고요. 선배님들이 연기를 하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직접 그 연기를 느껴볼 수 있던 것 그 자체로 연기 공부가 됐죠.”

이재준은 특이하게도 영화 데뷔작 ‘야간비행’에서는 곽시양과 호흡을, 지난해 방영된 ‘더러버’에서는 타쿠야 등 주로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여배우와 본격적인 로맨스에 결혼까지 골인한 작품도 ‘우리 집 꿀단지’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상대 여배우는 걸그룹 ‘시크릿’의 동갑내기 송지은이었다. 감회가 남달랐다.

“동갑과 촬영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편하고 좋은 점도 많았죠. 처음에는 저도 낯을 가리고 지은이도 약간 낯가리는 게 있어서 서로 존댓말을 썼어요. 그러다 10회쯤에 친구를 하기로 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을 계기로 실제로도 말도 놓고 편하게 지내기 시작했어요. 지은이보다 극중 이름인 ‘봄이’로 불렀고요.”

“남자랑 호흡을 맞추는 것과 여자랑 맞추는 것,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며 웃던 이재준은 그럼에도 키스신을 앞두고는 많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뷰티인사이드’에서 한효주 선배님과 했던 키스신에 이어 이번이 여배우와 두 번째 키스신이었어요. 아무래도 여배우가 더 잘 나올 수 있도록 하려고 신경 썼죠. 촬영 전 유튜브를 통해 선배님들의 멋진 키스신을 찾아보기도 했죠. 라면 키스신은 라면 면발이 끊겨서 NG가 몇 번 났는데 그것 외의 키스신은 거의 다 한 번에 OK 받은 것 같아요.”

야심차게 도전한 작품이였지만 초반 연기에 대한 박한 평가도 있었다. 이재준도 그 점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처음엔 너무 감정을 깊게 잡아서 무겁고 처지게 연기를 한 것 같아요. 그게 극하고는 좀 동떨어진 느낌을 줬던 것 같고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제가 미숙해서 제대로 못 한 탓이겠죠. 그러다 보니 스태프들한테 ‘너 혼자 영화 연기를 하고 있다’라는 지적을 듣기도 했죠. 처음에 캐릭터 분석을 잘 못한 것 같아서 스스로 그게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극이 진행됨에 따라 극 중 강마루처럼 이재준도 한층 성장해 나갔다. 다행히 강마루는 비슷한 나이의 캐릭터라 또래로서 공감할 수 있는 점도 많았다. 이재준은 적극적으로 주위의 조언을 구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친구들이나 유학생 선배들을 만나 많은 조언을 들었어요. 지금 친구들이 다들 취업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거나 취업한지 얼마 안 된 때여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나중에는 내가 그냥 마루가 된 것 같다는 느낌으로 연기할 수 있었죠.”

악플이나 팬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야간 비행’ 이후 꾸준하게 응원해주고 촬영장까지 찾아오는 팬들은 보면 힘이 난다고. 언젠가 더 많은 인기를 얻으면 꼭 팬들을 초청해 팬 미팅을 해보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팬 카페가 두 군데가 있긴 한데 아직 가입은 안 했어요. 궁금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쭐해하지 않고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죠. 그래도 팬 미팅을 해서 노래든 춤이든 의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잘 못하더라도 팬분들은 예쁘게 봐주시겠죠.(웃음)”

한동안 못한 운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그러나 금세 “이번엔 너무 착한 역할을 해서 아예 반대되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극도 관심이 가고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며 하고 싶은 연기를 늘어놓는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감추지 못 했다.

“최종 목표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거예요. 연기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관객분들이 안 봐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즐겨주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일단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가며 노력해야겠죠.”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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