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지단 ‘운명의 밤’

입력 2016-05-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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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지네딘 지단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29일 오전 3시45분 AT 마드리드와 UEFA 챔스리그 결승전



R.마드리드와 함께한 영광의 시간들…화룡점정 꿈꾼다

2001년 8월, 스페인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R.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위대한 한 남자가 새로운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섰다. ‘영원한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44·프랑스·사진)과 R.마드리드의 긴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유벤투스(이탈리아)를 떠나 R.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기며 발생한 이적료는 7350만 유로(추정), 당시 환율로 약 840억원에 달했다.

지단이 R.마드리드에서 남긴 족적은 굉장히 깊었다. 첫 걸음부터 아주 강렬했다. 창단 100주년을 맞은 이적 첫 시즌, 2001∼200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을 만난 지단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첫 정상을 경험했다. 2006년 5월까지 5시즌 동안 R.마드리드 ‘중원 지휘관’으로서 활약한 지단은 프리메라리가 통산 155경기 37골, 컵 대회 27경기 3골, 챔피언스리그 등 유럽대항전 49경기 9골을 뽑아낸 뒤 모두의 갈채 속에 아름답게 퇴장했다.

당연히 R.마드리드에 있어 지단은 결코 ‘버릴 수 없는’ 카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사용할, 충분히 믿고 쓸 최고의 패였다. 현역을 떠난 이후 클럽과 꾸준한 교감을 나누며 긍정의 관계를 형성한 지단은 2009년 기술고문으로 R.마드리드와 제2의 인연을 시작했다. 워낙 다재다능해서일까. 화려한 이력 못지않게 거친 직책들도 다양했다. 자선활동과 병행한 클럽 홍보대사를 제외하고 2010년 어시스턴트 코치→2011년 단장(사무총장)→2012년 유소년 감독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13∼2014시즌 수석코치가 됐다.

지단이 ‘정식 코치’가 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01∼2002시즌 이후 품지 못했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되찾은 것이다. ‘앙숙’ FC바르셀로나가 그 기간 3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바람에 잔뜩 배앓이했던 R.마드리드는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를 4-1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지단은 선수에 이어 코치로서 자신의 2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쁨을 누렸다.

지단은 2014년 여름 다시 자리를 옮겨 성인 2진 개념의 R.마드리드 카스티야CF 지휘봉을 잡은 뒤 올 1월 감독으로 R.마드리드에 복귀했다. 라파엘 베니테즈(현 뉴캐슬) 감독의 후임으로 사령탑에 올라 ‘갈라티코(은하수) 군단’을 이끌게 됐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명장들조차 버거워하고 오래 버티기 어려운 R.마드리드이지만 지단을 둘러싼 여론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카리스마와 명쾌한 리더십, 정확한 전술운용으로 추락 위기에 놓인 팀을 곧바로 정상궤도에 올렸고, 승점 90을 쌓아 바르셀로나(승점 91)에 이어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이제 더욱 큰 도전이 남았다. 29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에서 열릴 AT.마드리드와 2015∼2016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공교롭게도 AT.마드리드는 ‘감독’ 지단에게 첫 패배를 안겼던 지역 라이벌이다. ‘마드리드 더비’로 펼쳐질 통산 11번째 타이틀을 향한 위대한 여정. “난 최고의 팀을 이끌며 벅찬 행복을 느끼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경이적인 팀원들과 경이로운 위업을 쌓아 올리겠다”는 지단은 선수와 코치에 이은 ‘화룡점정’을 꿈꾸며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 지네딘 지단 감독은?

▲생년월일=
1972년 6월 23일
▲키·몸무게=
185cm·79kg
▲선수 경력=
AS 칸(1988-1992)∼보르도(1992-1996)∼유벤투스(1996-2001)∼레알 마드리드(2001-2006)
▲지도자 경력=
레알 마드리드 수석 코치(2013-2014)∼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 감독(2014-2016)∼레알 마드리드 감독(2016-)
▲수상 내역=
FIFA 발롱도르(1998년) 프랑스 올해의 선수상(1998년· 2002년) FIFA 올해의 선수상(1998년·2000년·2003년) 2006독일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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