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보험 보장내역’ 한 번에 본다

입력 2016-05-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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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업계 화제의 키워드


신용정보원, 빅데이터 환경 구축
보장내역 점검에 사기 예방까지

60세 이상 실손보험 가입률 저조
길어진 수명…안전망 유도 숙제


요즘 보험업계의 키워드는 빅데이터와 길어진 기대수명이다.

보험의 기본은 고객에게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도 실생활에서 소비자들이 달라진 보험의 모습을 실감나게 만들라며 많은 주문을 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빅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업계 또 하나의 화두는 기대수명이다. 급속한 노령화로 60세 이상의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지만 이들을 위한 ‘진정한’ 보험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고령시장은 새롭게 떠오른 시장이지만 블루오션인지 레드오션인지는 아직 모른다.


● 빅데이터로 보험 보장내역 한 눈에

한국신용정보원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키로 했다. 특히 자신이 가입한 수많은 보험의 보장내역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각 보험사에 일일이 문의해야 가능했지만 내년부터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이면 내 보험을 모두 들여다보는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용정보원이 은행 보험 카드사 사이에 쳐진 칸막이를 풀고 각각의 데이터를 모아서 빅데이터로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내 보험의 보장내용도 볼 수 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의 다른 소비자들의 평균 보장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해볼 수 있다. 보장내역이 균형 있게 제대로 갖춰진 것인지를 점검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모범적인 보험설계도 제시해준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보험업계의 큰 문제인 보험사기도 예방이 가능하다. 보험사간 가입내역을 통합해서 조회해보면 지나치게 많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 보험사기를 예방할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는 보험사들이 FDS(보험사기예방시스템)를 이용해 자사 고객의 정보만 분석이 가능하다.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신용정보원은 올해 하반기에 보험가입 내역을 통합조회하는 시스템부터 우선 정비하기로 했다. 신용정보원은 12월까지 일괄조회 시스템을 구축한 뒤 신용정보원 홈페이지(www.kcredit.or.kr)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 60대 이상 80%가 실손보험 사각지대

우리나라의 60세 이상의 인구는 1000 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삶의 질이 개선돼 기대수명은 길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병원과 가까이 지내라고 했다. 아프지 않게 오래 사는 것이 고령층의 꿈이지만 문제는 돈이다. 의료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생애의료비 추정 및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생에 걸쳐 병을 고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은 평균 1억원이 넘는다. 2011년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와 통계청 생명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남성의 생애의료비는 1억177만원, 여성은 1억2332 만원이었다. 이 액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65세 이후에 들어갔다. 2014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은 30.2% 였다. 이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의료비를 지원해줄 보험이 필요한데 정작 실손의료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말 현재 60세 이상 인구 915만명 가운데 실손보험 가입자는 100만명이다. 60 대의 19.6%(92만명), 70대 이상의 1.7% (8만명)만이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병원과 가까울 확률이 낮은 젊은 연령대의 실손보험 가입비율이 더 높다. 20대 이하 53.7%(925만명), 30 대 54.8%(428만명), 40대 46.0%(411만명), 50대는 39.7%(326만명)가 실손보험의 보호를 받고 있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률은 42.7%인데 비하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입률은 너무 낮은 수준이다.

이들 실손의료보험의 울타리 밖에 있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어떤 식으로 안전망 속으로 유도하느냐가 보험업계의 할 일이다. 보험업계가 새로운 시장을 잘 가꿔 서로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 경우 풍요로운 노령화 사회로 연착륙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길어진 기대수명은 우리 사회의 큰 부담이 될 가능성도 크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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