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화’ 단 한 장면도 버릴 게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

입력 2016-05-30 0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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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화’가 애절한 사연 속에 복수를 꿈꾸는 진세연, 고수부터 약방의 감초처럼 웃음보를 터트리는 정은표, 쇼리, 최민철, 주진모까지 맛깔스러운 캐릭터가 풍성하게 안착하며 깨알 ‘꿀잼 사극’의 면모를 보였다.

힘 있는 스토리와 스펙타클한 전개로 화제를 모으는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연출 이병훈/ 극본 최완규/ 제작 ㈜김종학프로덕션)는 29일 방송된 10회에서 옥녀(진세연 분)가 윤태원(고수 분)의 도움으로 윤원형의 본처인 김씨 부인(윤유선 분) 집에 피신해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문정왕후(김미숙 분)를 만나 박태수(전광렬 분) 죽음에 얽힌 정황을 눈물로 고하는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그려졌다. 주인공과 악역은 물론, 이들의 주변에 포진해 있는 다채로운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나 ‘캐릭터의 향연’을 방불케 했다. 단 한 장면도 버릴 게 없는 명품 재미를 선사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옥녀와,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윤태원은 마치 잡초 속에 핀 꽃을 드러내는 듯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옥녀는 아버지와 같은 박태수의 죽음에 대한 누명을 자신에게 씌운 두 번째 스승인 강선호(임호 분)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이제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라고 절절히 울부짖는가 하면, 윤태원에게 김씨부인이 마치 어머니와 같았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어 보이는 등 입체감 넘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윤태원의 옥녀를 향한 다정한 눈빛을 포착한 김씨 부인은 옥녀에게 “태원이가 자넬 보는 눈빛이 각별했어”라며 윤태원을 보듬어달라고 당부하며 향후 이들의 로맨스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권력을 위해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는 윤원형(정준호 분)과 첩 정난정(박주미 분)은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정난정은 옥녀를 죽여야 한다고 윤원형에게 강조할 뿐만 아니라, 윤태원은 물론 윤원형에게까지 협박을 서슴지 않으며 악랄한 면모를 드러냈다. 정난정은 윤태원이 윤원형을 만나러 집에 찾아오자 방해하며 다시 찾아오면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윤원형이 소소루 기생 이소정(윤주희 분)에게 마음을 주자 “그 동안 다른 여자들을 반병신 만들었다”며 서늘하게 경고를 하며 안방극장을 긴장시켰다.

한편, 윤원형-정난정 못지 않은 악녀 문정왕후는 가슴 깊이 숨겨둔 연정으로 옥녀에게 동아줄이 되어주는 반전을 선사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왕후가 되었지만, 과거 혼담이 오갔던 박태수에 대해서만은 일편단심 연정을 품고 있던 것. 겨우 만나게 된 옥녀에게 “가까이 앉으라”며 박태수의 이야기를 상세히 듣고 싶어하는 모습에는 연인을 잊지 못하는 여인의 향기가 났지만, 박태수를 죽이려 한 아우 윤원형에 대해서는 서릿발 내리는 차가움을 선사해 야누스 캐릭터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선과 악, 그리고 야누스의 대결 못지 않게 ‘옥중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이들은 적재적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코믹 담당을 자처하는 이들이다. 옥녀의 양아버지 지천득(정은표 분)과 소매치기 천둥(쇼리 분)은 옥녀를 보호하려 좌충우돌하고, 고신을 받는 척 하며 몸 개그까지 펼치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다.

전옥서 주무 정대식(최민철 분)은 권력 앞에서 약하고 부하들에게 큰소리치는 전형적인 비굴형 캐릭터이지만, 천득에게 "새대가리"라고 불릴 정도의 허술 이미지로 공포 대신 코믹한 재미를 선사한다. 옥녀의 스승인 이지함(주진모 분)과 전우치(이세창 분) 역시 좌충우돌하는 감초 역할로 극에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탄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여기에 윤원형 사윗감인 포도청 종사관 성지헌(최태준 분)과 문정왕후의 심복인 내금위 종사관 기춘수(곽민호 분) 등이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가운데, 옥녀가 문정왕후와 윤원형 앞에서 “이 모든 것이 윤원형 대감의 계획된 음모라고 했습니다”라며 박태수 사건의 전말을 폭로해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커지고 있다.

‘옥중화’는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와 조선상단의 미스터리 인물 윤태원의 어드벤처 사극으로, 사극 거장 이병훈-최완규 콤비의 2016년 사극 결정판. 매주 토일요일 10시에 방송된다.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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