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두산 수비 “베이스볼 아이큐 높아요”

입력 2016-05-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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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오재원-김재호-정수빈(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내야 키맨’ 김재호 수비 리딩능력 탁월
양의지·오재원·정수빈 센터라인 강해

두산 포수 양의지(29)는 김재호(31)를 두고 “우리 팀 천재 유격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친근감이 담겨있는 표현이겠지만 김재호의 내야수비 리딩 능력에 대한 신뢰감이 배어있다. 현재 두산 내야진의 수비 ‘키맨’은 주장 김재호다.

김재호가 포수 양의지의 손가락 사인을 보고 전체 야수진의 수비 위치를 조율한다. 볼 카운트마다 변화하는 두산의 역동적 시프트는 이렇게 선수들이 ‘알아서’ 맞춰나간다. 두산 강석천 수비코치는 “다른 팀에서도 수비 시프트를 지도해봤다. 그러면 대개 코치가 지정한 자리에서 선수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러나 여기 선수들은 다르더라. (코치가 일일이 다 지시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한) 선수들이 스스로 미세한 변화를 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타 팀 관계자는 두산의 수비에 대해 “BQ(베이스볼 아이큐)가 높은 팀이다. 아마 수비능력을 측정할 수만 있다면 두산이 꽤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산은 야구에서 등뼈라 할 수 있는 센터라인이 강한 팀이다. 포수 양의지부터 2루수 오재원, 유격수 김재호, 중견수 정수빈(혹은 민병헌)에 이르기까지 야구를 알고 하는 시야와 감각을 지녔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또 하나의 내야 축 오재원에 대해 “내키는 대로 야구를 하는 선수처럼 보이겠지만 얘기를 나눠보면 그 나름의 깊이가 있다”고 말한다.

두산의 변화무쌍 시프트는 선수들을 틀 안에 넣지 않는 김태형 감독의 자율적 리더십 아래에서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 감독은 시프트에 대해 “수비코치와 선수들이 머리를 짜내 준비한 것에 대해 감독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야수진 거의 전원이 입단, 팜에서의 성장, 그리고 1군까지 오랜 시간을 같이 뛰어 동료들 간 신뢰도가 높다.

야수진의 수비능력이 강하다보니 두산은 투수를 선택할 때 옵션도 넓어진다. 수비가 강하니 땅볼투수를 뽑아도 되고, 투수친화적 잠실구장을 고려해 뜬공투수를 뽑아도 상대적 부담이 덜하다. 두산에서 투수 영입이나 육성에서 성공사례가 자주 등장하는 주된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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