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싶은 싱어송라이터’ 이진아와 ‘부모의 눈’ 유희열 [종합]

입력 2016-06-09 2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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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사진|안테나뮤직

'행복하고 싶은 싱어송라이터' 이진아는 '미소가 지어지는 음악'을 들고 돌아왔고, 유희열은 '부모의 마음'으로 무대에 난입했다.

이진아는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엠아카데미에서 디지털싱글 ‘애피타이저(Appetizer)’의 발매기념 음악 감상회를 개최하고 안테나뮤직에서의 첫 출발을 알렸다.

‘애피타이저(Appetizer)’는 이진아가 2016년 진행할 3부작 프로젝트 '진아 식당'의 첫 번째 작업물로, '배불러'와 'Like & Love' 두 곡이 수록됐다. 이 중 타이틀곡 ‘배불러’는 이진아가 작사, 작곡하고 유희열이 편곡에 참여한 팝재즈곡으로, 재즈 베이스에 과감하고 다양한 악기편성으로 듣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진아 식당' 프로젝트와 ‘애피타이저(Appetizer)’를 탄생하게 한 안테나뮤직에서의 2년에 대해 이진아는 "안테나뮤직에 들어와서 2년이 됐는데, 유희열이 만날 때마다 조언을 많이 해줬다. '이런 곡과 가사를 써 봐'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 내가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전할 수 있게 조언도 해줬다. 또 드라마 BGM이나 CM송도 경험하고 피아노 연주도 많이 배웠다. 피아노를 레슨을 받게 해줬다. 피아노를 더 깊게 배우는 시간이었다. 노래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데 보컬적인 부분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불러'에 대해서는 "'배불러'가 '냠냠냠'하고 음식 콘셉트가 비슷한데, 처음에 쓴 피아노 루프가 정말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에 가사를 넣으려면 딱 세 글자더라. 고민을 하다보니 배불러라는 말이 떠올라서, 처음부터 그걸 정해두고 가사를 썼다"라며 "내가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음악과 음식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음계가 있고, 음식은 재료가 있다. 또 음식은 여러 메뉴가 있고, 음악은 장르가 있다. 그런게 다 비슷한 거 같다"라고 독특한 '음악음식상관론'을 내세우며 또 다시 음식 콘셉트를 내세운 이유를 밝혔다.

이진아, 사진|안테나뮤직


사실 우리는 이미 'K팝스타'를 거치면서 이진아의 음악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너무 과한 칭찬'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진아의 음악은 쉽고 편하게 들으수 있는 팝적인 요소와 유려하지만 생소한 재즈적인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물론 '배불러' 역시 이런 특징은 그대로 지니고 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보다 그런 경향이 한층 명확하고 뚜렷해졌다. 다시 말해 '배불러'는 귀엽고 편안한 팝음악으로 들을 수도, 흥미롭지만 어려운 재즈음악으로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진아는 "내가 재즈피아노를 조금 공부를 했었는데, 그게 배우면 재밌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 여러가지가 있는데 배울 때마다 그걸 토대로 음악을 만들면 또 재밌더라. 배운 걸 적용을 한 거 같다. 연습하라는 과제를 내줘서 치다보면 그게 생각이 나지 않나. 그런 부분이 적용이 되면서 녹아 들어가는 게 있는 거 같다"라고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분석했다.

이어 그녀는 "내가 뻔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 있다. 멜로디가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코드까지 들어본 거 같으면 약간 싫은게 있다. 가수별로 다 스타일이 있지 않나. 나만 특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하나라도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멜로디가 쉽다면 코드를 조금 바꿔보고, 재즈 주법을 조금만 넣어보고 그런 식으로 정말 조금씩만 넣는다. '너무 달라'라고 느끼지 않게 - 이진아의 표현을 그대로 쓰면 - 쬐끔만 다르게 하고 싶다. 너무 다르면 창피하다. 몰래 몰래 넣는 걸 좋아한다"라고 팝과 재즈가 뒤섞인 이유를 덧붙였다.

물론 이것이 그런 독특한 연주법이나 코드, 멜로디를 찾아달라는 건 아니다. 이진아는 그저 자신의 작곡, 편곡 스타일을 설명한 것이지, 듣는 이에게는 그 노래의 분위기만 잘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이진아는 "예를 들어 내가 디즈니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영화는 되게 재밌고 행복을 줄 수 있고 그렇지 않나. 하지만 그걸 만들기위해 엄청난 기술을 쓴다. 나도 그런 디즈니 영화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 듣는 사람은 어렵지 않고 그냥 재밌게 들으면 된다. 대신에 내가 많이 기술적으로 노력을 하고 열심히 만들었다"라고 편안하게 감상할것을 당부했다.

이진아, 사진|안테나뮤직


이어 "난 딥하게 하는 재즈 아티스트도 아니고, 아예 팝적인 가요도 아닌 그런 중간 지점에서 있고 또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예전의 음악들과 지금의 음악들의 차이라면 작업환경에 따른 녹음이나 마스터링, 세션 등의 퀄리티가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내가 생각했던 그림과 조금 더 비슷하고 좀 더 명확해진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누차 이야기 하지만 이진아의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이 따라붙는 이유는 이해를 돕기위한 옵션 중 하나일 뿐이지 감상하기전에 반드시 마스터해야하는 공식같은 것이 아니다.

이는 이진아의 음악 목표에 제대로 드러나 있다. 이진아는 "내 음악을 듣고 미소짓게 만드는 게 내 작은 꿈이다. 많이 듣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있는 그대로 감상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여기까진 이진아의 입장이지, 그녀의 음악선배이자 소속사 대표이자 음악 선배인 유희열은 이와 조금 다른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날 음악감상회에는 유희열이 현장을 깜짝 방문해 그녀의 노래와 인터뷰를 지켜보았고, MC딩동의 요청에 응해 직접 무대에 올라와 이진아의 이번 앨범에 대해 자신의 입장에서 본 여러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진아, 사진|안테나뮤직


유희열이 무대에 올라와서 제일 처음 한 이야기가 "이진아가 말은 길게 하는데 듣고 나면 무슨 말인지 몰라 진이 빠지는 타입이다. 뒤에서 듣는데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로, 그만큼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는 걸 애둘러 표현했다.

먼저 유희열은 이진아의 음악에 대한 특징에 대한 부연설명을 덧붙이며 그녀의 음악이 '독특하다'라고 불리는 이유를 밝혔다.

유희열은 "이진아는 일단 (연주를 하는)손과 음악적인 어법이 대단하다. 배운 걸 적용하고 손으로 연주를 한다고 하는데, 전국에 수천명의 실용음악과 친구들이 배운걸 그대로 적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진아가 호불호가 갈리는 건, 손은 정말 유려한데 머리와 목소리는 소녀다. 멜로디는 동요인데 속은 새까맣다. MR만 들으면 유려한 팝재즈인데 이진아는 동요같이 불러버린다. 묘한 친구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진아 식당' 3부작에 대해 "3부작의 첫 번째는 진아의 시그니쳐 같은 곡을 들려준 거고, 나머지는 다른 스타일의 노래들이 기다리고 있다. 음반의 시대에서 음원의 시대로 바뀌었다. 루시드폴까지는 올드보이고,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와으니 이 친구들에게 맞게 마케팅을 하는 거다. 먼저 3부작으로 나눴고, 타이틀이 '배불러'니까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라고 이번 프로젝트의 콘셉트가 '식당'이 된 이유를 덧붙였다.

다만 유희열은 이진아의 '행복한 음악을 하고 싶다'라는 목표보다는 조금 더 큰 기대치를 갖고 있었다. 유희열은 "일단 난 이친구가 오디션에 나온 것도 믿기지 않는다. 일단 오디션에 나오는 건 스타가 되고 싶다는 건데, 이 친구가 스타가 되고 싶은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진아, 사진|안테나뮤직


이어 "이진아는 색이 잡혀 있는데, 겁이 많다. 정말 부모의 마음으로 '내가 너정도로 손이 돌아가면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음악가가 돼서 하고 싶은 음악 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은 거 다해도 될 친구인데 왜 그 안에서만 있느냐'하는 말을 했다. 이번 앨범은 그런걸 깨는 첫 발자국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가 어떤 음악가로 성장 할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적인 음악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이진아의 능력과 가능성을 거듭 칭찬했다.

또 유희열은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 그런건 자기 이야기고, 나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라는 욕심이 있다.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을 만든 칸노 요코라는 음악가가 있는데, 나는 그 정도가 안됐는데 너는 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제 첫 발자국이니까 지켜봐 달라"라고 그야말로 부모가 아이에게 기대를 거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것이 유희열 자신의 입맛대로 이진아의 음악을 재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유희열의 방침은 그 반대다.

유희열은 "안테나의 색이 있는게 아니라 각각의 색이 안테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각자 다 다른 음악을 하는 집단인데, 만나다보니 모이게 됐다. 이진아 뿐만 아니라 이수정, 샘김, 정승환, 다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보통 레이블 특유의 줄기라는 게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싫다. 이진아는 그런 음악을 하고, 다 각자의 색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라며 "이진아도 그렇고 안테나 친구들은 악기를 하나 주면 한 시간씩 콘서트를 할 수 있다. 나는 그점이 놀랍고 기쁘다. 나는 악기하나 주고 노래하라하면 한곡도 못부른다. 불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친구들이 K팝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안테나 소속 신인 뮤지션들이 자신들만의 색으로 새로운 K팝을 만들어갈 걸을 기원했다.

한편 이진아의 ‘애피타이저(Appetizer)’는 10일 자정 각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다.

이진아, 사진|안테나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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