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장원준. 스포츠동아DB
“외국인투수들이 잘하고 있으니 민폐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두산 장원준(31)은 시즌 초반 상승세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민폐’란 단어를 쓰며 자세를 낮췄다. 15일까지 8승2패 3.24의 성적으로 다승 공동 2위에 올라있는 그는 최근 3경기에서 120구 가량을 연속해 던지며 팀 선두질주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원준은 지난달 18일 잠실 KIA전부터 5경기 4승 무패다. 성적보다 눈에 띄는 건 투구수. 선두싸움의 중요한 일전이던 5월31일 마산 NC전에서 6.2이닝 동안 두산 이적 후 최다투구수인 124개를 던져 승리를 챙기더니, 이달 7일 kt전과 12일 롯데전에서 각각 6.2이닝과 8이닝 동안 118구와 126구를 던지며 자신의 등판을 팀 승리와 직결시켰다.
경기당 평균 122개의 공을 뿌린 장원준은 “한 이닝이라도 더 던지려는 건 내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투수코치님과 상의를 하지만 7회든 8회든 한 타자라도 더 상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가짐은 그가 꼽은 호투 비결. 그는 “지난해엔 이적 첫 해라 부담감과 압박감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면서 쫓기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장원준의 초반 상승세엔 동료 외국인투수들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그는 “앞서 나온 니퍼트와 보우덴이 너무 잘 던져서 그런지 민폐가 된 느낌이 있다”며 “경쟁의식도 있고, 국내선발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박세혁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장원준은 “(박)세혁이가 나름 공부도 많이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두산에 좋은 포수가 많은 건 투수로서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로 13년차 장원준도 ‘토종 에이스’란 수식어가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그는 “그런 얘기를 잘 안 들어봐서 모르겠다”면서도 “그렇게 불러주시면 감사하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웃어넘겼다.
시즌 시작 두 달 만에 자신이 롯데 시절 기록한 한 해 최다승(2011년 15승)의 절반을 넘긴 장원준은 “아직 힘이 남아 있다. 한 두 타자라도 더 상대하기 위해 최대한 오래 마운드에서 던질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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