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박인태-고려대 최성모-한양대 한준영(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3. 박인태·최성모·한준영
속공능력 좋아 프로 백업 활용 충분
대학 최고 스피드 최성모 슈팅 관건
센터 한준영 기량발전 가능성 기대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가 4일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2016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10월 17일 예정)에 나설 대학 선수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올해 드래프트에는 ‘빅3’라 불리는 이종현, 강상재(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나선다. ‘빅3’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무대에서 롤플레이어로 활약할 수 있는 준척급 선수들도 포진해 있다.
● ‘뛰는 센터’ 박인태
국내프로농구는 2002∼2003시즌 김주성(동부)의 등장 이후 빅맨 트렌드가 바뀌었다. 기존 국내 빅맨들은 포스트 장악에 집중했지만, 김주성은 속공에 가담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이후 지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속공 가담이 가능한 ‘뛰는 빅맨’을 찾았다.
연세대 박인태(21·200cm)는 이에 잘 부합하는 선수다. 대학 빅맨들 중에선 코트 왕복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운동능력도 발군이어서 속공에 가담해 덩크슛으로 마무리를 한다. 수비가 떨어진 상황에선 중거리 슛도 준수하다.
프로 A구단 스카우트는 “개인 득점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받아먹는 능력은 좋다. 프로에서 주전까지는 아니지만, 백업 빅맨으로는 활용가치가 있다. 주희정, 김태술(이상 삼성), 이현민(KCC) 등 속공 전개와 2대2 패스가 좋은 가드들과 만나면 더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우리는 백업 빅맨이 필요하다. 1∼3순위 픽이 우리 순번에 오지 않을 경우, 박인태가 우선 지명 후보다”고 밝혔다.
● 스피드가 돋보이는 최성모
고려대 최성모(22·187cm)는 대학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가드다. 고려대에선 포인트가드, 슈팅가드를 번갈아 맡으면서 이종현, 강상재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종현-강상재의 더블포스트에서 비롯된 리바운드 장악의 강점을 속공으로 연결하는 것이 최성모의 역할이다. 무룡고 시절에는 슈팅가드였지만, 대학 진학 이후로는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다.
C구단 스카우트는 “고려대 3년 선배인 박재현(국군체육부대)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박재현보다 스피드는 더 빠르지만, 슈팅은 박재현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박재현은 고려대 시절 대학리그 최고의 슈팅가드 중 한명으로 주목 받았지만, 프로에선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최성모가 선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자신의 장점인 스피드를 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또 불안한 외곽슛 능력을 보완하는 것이 필수다. 이 스카우트는 “스피드가 엄청나지만, 스스로도 제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이 뛰어야 하는 타이밍을 잘 파악해야 한다. 돌파할 때도 오로지 직진이다. 대학에선 뚫릴지 몰라도 용병이 있는 프로에선 막힌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선수 육성에 자신 있는 팀이라면…한준영
한양대 센터 한준영(23)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키워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선수’라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프로에선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악평도 있다.
키 203cm, 몸무게 104kg의 체격은 장신선수가 귀한 국내프로농구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이 신체조건을 농구를 잘하는 데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다. 한준영은 고교 시절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뒤늦게 선수생활을 시작해 1년을 유급하면서 동기들에 비해 나이도 한 살이 많다. 기본기가 부족하고 스피드와 민첩성도 떨어져 기량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노력한 만큼 기량이 늘지 않아 본인 스스로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해는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5월 30일 중앙대와의 경기에선 40점·2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40(점)-20(리바운드)은 2010년 대학농구리그 출범 이후 처음 나온 기록이다. 이에 대해 ‘단신으로 구성된 중앙대를 상대로 한 기록이라 큰 의미는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준영 자신에게는 큰 자신감을 갖는 계기였다. 이번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선 러시아선발, 미국 하와이퍼시픽대를 상대로 피벗에 이은 훅슛을 성공시키는 등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A구단 스카우트는 “스피드가 너무 떨어진다. 또 프로무대에선 통하지 않을 수준이다. 우리 팀은 관심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D구단 스카우트는 “농구 경력이 짧아 기본기가 떨어지지만, 육성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우리 팀은 순번이 오면 뽑을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