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좋은 시나리오 있으니깐 읽어보라 그러셨어요. 이우철 감독님은 약간 그런 스타일인 것 같아요. ‘이런 역할이 있으니 해보자’가 아니라 ‘그냥 차 한 잔 하자’ 이런 느낌이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무슨 역할이든 참여하겠다고 말했죠. 감독님은 나한테 하자는 이야기도 안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난리였어요.”
배우 조진웅은 드라마 ‘시그널’로 브라운관은 물론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아가씨’로 스크린까지 점령했다.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2016년 대세 배우로 등극했다. 이러한 그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영화 ‘사냥’이다.
‘사냥’은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된 금맥을 독차지하려는 엽사 무리와 이들을 저지하려는 사냥꾼 기성의 긴박한 추격전을 그린 작품. 배우 조진웅은 금맥을 손에 넣기 위해 엽사 무리를 진두지휘하는 동근 역을 맡았다. 1인 2역 쌍둥이로 등장해 각기 다른 모습을 연기했다.
“설정 자체가 쌍둥이여만 했던 이유가 있어요. 기성(안성기 분)이라는 캐릭터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동등한 위치에 선 캐릭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1인 2역으로 출연하게 된 거죠. 동근은 머리를 내리고 있는 반면 명근은 올백 헤어스타일로 산 밖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그렸어요. 쌍둥이라는 점에서 오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영화 ‘사냥’은 사냥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긴박감 넘치는 산 속 추격전이 인상적이다. 실제 산 속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진행하며 공간의 리얼함을 최대한 살렸고, 관객 역시 추격전의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생생함이 더해졌다.
“파주에 고령산이라는 곳에서 촬영했어요. 심리적으로 파주라 하니 가깝다고 느꼈지만 막상 밤에 가보니 위험더라고요. 산에서 뛰어다니면서 추격전을 찍는데 엄청 힘들었어요. 근데 안성기 선배님은 힘든 기색 하나 없으시더군요. (웃음) 산이라는 공간이 참 묘해요. 엄청 넓어서 집중이 안 될 것 같지만 막상 촬영하면 무언가 사냥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산에서 펼쳐지는 추격전뿐만 아니라 물 속 계곡장면 역시 어려운 장면으로 언급됐다. 초겨울에 촬영된 계곡 장면은 주연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계곡 촬영 장면이 제일 떠올라요.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는데 그때 추워서 진짜 바들바들 떨었어요. 촬영이 시작되면 몸이 떨리면 안 되니까, 그걸 참는 게 힘들었어요. 심지어 ‘내가 이렇게 죽어야 되나’ 싶을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죠. 근데 영화로 보니까 하나도 안 춥게 나오더라고요. (웃음)”
‘사냥’이 대부분 산 속에서 촬영이 진행됐기에 그의 전작인 ‘명량’과 비교하는 것은 당연했다. 산과 바다라는 상이한 공간에서 촬영 경험을 가진 배우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명량’은 바다라서 힘들기보다는 더위와의 전쟁이었어요. 갑옷을 입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리고, 벗을 때도 15분이나 걸렸죠. 그래서 한 번 화장실에 가려면 곤욕이었어요. 반대로 사냥은 춥기도 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그래도 둘 중 고르라면 ‘명량’이 더 힘들었어요. ‘사냥’은 그래도 엽사 무리들이 있어서 버팀목이 됐어요. 나이대도 비슷해서 서로 의지하면서 힘이 된 것 같아요.”
조진웅은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시그널’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김혜수의 작품 ‘굿바이 싱글’과 경쟁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무래도 같은 날 개봉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더라고요. 우선 장르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액션 스릴러이지만 ‘굿바이 싱글’은 코미디 쪽 색깔이 강하니까요. 이렇게 영화가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르가 만약 비슷했으면 실질적인 경쟁작이 됐겠죠.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캐릭터들로 나올지 다들 궁금하네요.”
올해 조진웅은 매 작품마다 색다른 캐릭터 변신으로 올해 큰 사랑을 받았다. ‘시그널’에서는 일명 ‘아재파탈’로 영화 ‘아가씨’에서 변태 아저씨로 분했다.
“사실 캐릭터가 변화되는 모습에 주안점을 둔 건 아닌데 우연치 않게 그렇게 됐어요. 작품 속에서 조진웅은 한 사람이거든요. 사람이 변해봤자 얼마나 변하겠어요. 분명한건 작품이 재밌어야 한다는 거죠. 이 작품의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지난 작품은 지난 것이고 지금 작품 속 캐릭터에 몰두하는 거죠.”
현재 tvN 드라마 ‘안투라지’ 촬영 중인 조진웅은 올해 말 그대로 ‘열일’중이다. 매일 촬영장을 찾는 일이 행복한 그에게 연기는 아직도 도전 그 자체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지만 작품 중에 정통멜로가 없더라고요. 멜로에 대한 관심은 늘 있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영화 ‘너는 내 운명’을 보고 엉엉 울면서 맘이 좀 바뀌었어요. 그 슬픔 심경을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게 대단히 놀라웠어요. 그래서 ‘나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죠. 기회가 된다면 정통멜로도 도전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