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여자친구. 사진제공|쏘스뮤직
의미 보충·해외 팬 서비스 차원
최근 아이돌 가수의 노래 제목에 영어 부제가 붙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첫 정규앨범 ‘LOL’(사진)은 타이틀곡 ‘너 그리고 나’에 ‘(NAVILLERA)’가 붙은 것을 비롯해 ‘물들어요(Fall in Love)’ ‘한 뼘(Distance)’ ‘물꽃놀이(Water Flower)’ ‘나의 일기장(Sunshine)’ 등 한글 제목에 모두 괄호 속 영어 부제가 병기됐다. 엑소의 ‘백색소음’ ‘유리어항’에는 각각 ‘White Noise’, ‘One And Only’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들은 어떤 의도로 이런 부제를 붙이고, 또 부제는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
● 케이팝의 새로운 시도
영어 부제는 한글을 모르는 해외 케이팝 팬들이 노래를 쉽게 기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브레이브걸스가 최신곡 ‘하이힐’에 ‘(High Heel)’이란 부제를 병기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케이팝의 세계화에 발맞춘 시도다.
또 한글 제목으로 다 담지 못한 의미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6월 말 나온 남성그룹 로미오의 세 번째 미니앨범 ‘미로’ 수록곡 ‘삐딱해봤더니(mama)’는 과거 어머니에게 삐딱하게 굴었던 자신을 자책하며 이제는 볼 수 없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엄마’라는 뜻의 ‘mama’가 노래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해준다.
● 아이돌의 원조부터
부제는 ‘아이돌의 산실’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1996년 9월 H.OT 1집 타이틀곡 ‘전사의 후예’에는 ‘폭력시대’, ‘내가 필요할 때’엔 ‘소년, 소녀가장에게’란 부제가 각각 붙었다. 현재의 트렌드에서는 한글 제목에 한글 부제가 어색해 보이지만, 주 제목의 의미를 보충해주는 목적이었다. 1998년 3집부터는 ‘빛(Hope)’ ‘열맞춰!(Line Up!)’과 같이 한글 제목+영어 부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보아는 2000년 데뷔 음반부터 영어 부제를 썼다.
2007년 데뷔한 발라드 가수 케이윌은 2012년 미니앨범 ‘니가 필요해(I Need You)’ 6곡에 모두 영어 부제를 쓴 것을 시작으로 이후 음반에서 부제를 즐겨 쓰고 있다. 케이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는 “해외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영어 부제를 병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해외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만 보고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어서 영어 부제는 필요한 장치”라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