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 “사람들은 저를 악마라고 부릅니다ㅋㅋ”

입력 2016-07-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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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블라인드 인터뷰’의 첫번째 주인공입니다. 직쏘 가면을 쓴 저는 누구일까요?”

지루하고 따분한 인터뷰는 그만!”
하루에도 수백 개씩 쏟아지는 식상한 인터뷰에 지친 여러분을 위해 야심차게 기획하고 준비했습니다. △퀴즈를 풀 듯 즐겁게 스타를 만나는 인터뷰 △한 꺼풀 한 꺼풀 벗겨가는 짜릿함이 있는 인터뷰 △스타가 더 신나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인터뷰.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블라인드 인터뷰 ‘블라뷰’가 지금 시작됩니다.

‘블라인드 인터뷰’의 첫번째 주인공은 꽃·중·년입니다. 곧 반백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저는 데뷔 22년차 연예인입니다. 직업은 정말 다양합니다.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했습니다. 가수, 방송인, 예능인 등 어떤 직업도 어울립니다.ㅋㅋㅋ”

“힌트가 부족한가요? 음, 아마 ‘만능 멀티테이너’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최고의 자리에 오른 화려했던 순간이 있었고, 나락까지 떨어진 절망적인 시간도 있었습니다. 잠시 여러분 곁을 떠났다가 최근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성공적인 재기 맞나요? 하하!”


키워드 힌트 : #연예대상 #혼자뜨는 달 #닭

“이제 사진으로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사과의 아이콘입니다. 제 사과 받아주실거죠?”




“‘칩은 내 운명?’ 이제 칩은 먹기만 할게요. 이래도 모르시겠나요?” 



두구두구두구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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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속았지? 빨리 안 보여주면 “머리 아포∼”




따란- “저는 악마의 재능꾼, 탁재훈입니다”




Q. 드디어 정체가 밝혀졌네요. 첫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A. 누구 아이디어예요? 기발하네요. 하하. 제가 첫 주인공이라니…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 재밌을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Q. 가면을 벗었으니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죠. 최근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어요. 새로운 형식의 생방송이었을 텐데 어땠나요.
A. 생방송 경험이 많은데도 ‘마리텔’은 정말 쉽지 않았어요. 우선 채팅창에 글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짧은 글도 못 읽을 정도예요. 그리고 대부분 온라인에서 많이 쓰는 용어라서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생방송에, 우리끼리 이야기에, 누리꾼 채팅에…. 제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채팅창과도 소통해야 하니까 힘들었어요. 왜 다들 ‘마리텔’을 무덤이라고 표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제 풀에 꺾여서 지치게 되는 거예요. 멘탈을 잡기가 힘들었는데 제가 처음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죠. 한두 번 더 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Q. ‘라디오스타’에 ‘마리텔’까지 요즘 핫한 프로그램에서 많이 뵙네요.

A. 복귀하고 나서 많은 프로그램에서 찾아주더라고요. 저로서는 정말 감사할 뿐이에요.


Q.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제가 됐어요. 김성주 씨와의 케미도 좋았고요.

A. 와~ 녹화할 때 힘들었어요.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진 셰프들 모두 대단한 것 같아요. 14시간 정도 녹화를 하더라고요. 장난 아니었어요. 음…. 김성주 씨는 뭐랄까. 된장찌개 같은 사람이에요. 특별히 튀는 점이 없는데 그래서 웬만한 게스트와 다 잘 맞는 것 같아요.


Q. ‘라디오스타’에서 만났던 김구라 씨는 어떤 음식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A. 김구라 씨는 청양고추 같아요. 입맛에 확 당기는 매운 맛. 싫어하는 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즐겨찾는 청양고추 같아요.

S.Papa의 느낌적인 느낌으로…“여전히 인터뷰 촬영은 어색해요”



Q. 3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A. 채널A ‘오늘부터 대학생’은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괜찮았는데 ‘음악의신2’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적응 못하고 헤맸어요. ‘음악의신2’은 (이)상민이가 시즌1에 이어 주도적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제가 막 튀거나 나서거나 하면 그림이 이상해지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저는 중간에서 거드는 입장이었죠.


Q. ‘음악의신’을 통해 이상민 씨가 예능인으로서 재조명받았어요. 탁재훈 씨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예능하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상민이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봐서 빨리 습득했는지 모르겠지만 센스 있더라고요. ‘음악의신2’ 제작진은 특별한 흐름상의 대사 외에는 정해주지 않아요. 꼭 해야 하는 대사만 있고 나머지는 애드리브예요. 그럴 때 보니 상민이가 은근히 센스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음악의신’ 콘셉트에 최적화된 거잖아요. 여기를 벗어나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적응하는 게 관건이죠. ‘음악의신’에서는 모든 것을 설정할 수 있지만 이제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거든요. ‘자기 집’을 나와서 ‘남의 집’을 다니는 거니까요.

저는 20년 동안 이것저것 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도 망해보고 정말 별에 별거 다 해봤거든요. 상민이도 이 관문을 통과하면 더 잘 해낼 거예요. 여기에 본인에게 맞는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만나면 더 잘 될 거고요. 상민이의 예능 전환점은 지금부터 일 것 같아요.


Q. 혹시 요즘 눈여겨보는 신흥 예능인이 있나요.

A. 제가 찍으면 대부분 맞아요. 요즘 양세형이 눈에 띄더라고요. 같이 쉬다가 세형이가 먼저 복귀했는데 앞으로의 신흥 유망주라고 봐요. 조세호도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친구죠. 활동한지 오래 됐는데 항상 센스가 있더라고요. 양세형과 조세호는 예능 성향이 달라요. 세호는 약간 신정환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 센스는 있는데 진행 능력은 아직 부족해요.

세형이도 진행 능력은 부족하지만 메인 MC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세형이는 패널로 나가면 쉴 때 쉬고 칠 때 잘 칠 줄 알아요. 급하게 가지 않아요. 다만 목소리가 단점이에요. 메인 MC로 올라가려면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다른 장점으로 커버해야 할 거예요. 목소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김성주는 목소리 덕을 가졌죠. 처음부터 예능을 하던 사람도 아니고 센스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예능에서도 상황을 정리하고 진행하는 포지션이 있거든요. 성주에게도 필요한 자리가 있는 거죠.

“연예인이 안 됐다면…
그래도 ‘연예인 지망생’이었을걸요?!”



Q. 예능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의욕 있게 하는 건 좋은데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잘해서 부각되고 올라가고 싶은 의욕은 좋죠. 그런데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필요 없어요. 재밌거나 임팩트가 있는 말을 하고 쉬어야죠.

일부 개그맨들은 쉴 새 없이 욕심을 보여요. 그렇게 쓸데없이 말하면 무조건 편집점이에요. 그런 말 보다는 한번 참았다가 상황과 잘 엮을 수 있어야 해요. 무조건적인 리액션이나 흐름을 끊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현장에서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캐치하려고 해요. 제가 이 말을 하면 그 사람이 어떻게 대답할지를 속으로 예상해보는 거죠. 잘 먹힐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어요.


Q. 그래도 평균적으로 애드리브 회수율이 좋은 편이에요.

A. 상황에 적절해야 타이밍에 맞게 같이 웃을 수 있어요. 분위기도 올라갈 수 있고요. 제가 대화에 끼여서 더 안 좋은 상황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참아요. 애드리브를 쳤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빠지는 거죠. ‘낄낄빠빠(낄 때 낄 줄 알고 빠질 때 빠질 줄 알아야 한다)’가 중요해요.


Q. 탁재훈 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음…. 가수나 연기자들은 계속 신인이 나와요. 영화배우들도 신인이 많이 부각되고요. 그런데 예능 쪽에서는 그런 분들이 잘 안 나와요. MC 분야는 더더욱 그렇고요. 3년 동안 쉴 때도 ‘내가 다시 나갈 때쯤에는 새로운 MC가 많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런 친구가 많이 안 나왔어요. 어느날 갑자기 신동엽 유재석 같은 신인 MC가 나오거나 급변하지는 않았더라고요. 있다면 전현무. 전현무가 많이 올라왔죠. 물론 진행에 있어서 강하지만 그렇게 웃긴 친구는 아니잖아요.

그동안 예능을 계속 본 분들은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하셨을 거예요. 매일 김치찌개만 먹으면 질리잖아요. 그래도 예전에 먹어본 기억이 있으니까 ‘오늘은 거기 한 번 가볼까’ 라는 생각으로 저를 찾아주신 것 같아요.


Q. 원조 맛집의 느낌이군요.

A. 항상 몸에 좋은 것만 먹다가도 문득 기름진 튀김을 먹고 싶은 날 있잖아요. 길거리 튀김이나 떡볶이 혹은 옛날 왕돈까스 같은 느낌이랄까요.

“예능 포로, 슬슬 찾아봐야죠!”



Q. 앞서 동아닷컴과의 A/S 인터뷰에서 “예능 포로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찾았나요.

A. 에이~ 아직 기반을 다지는 중이에요. 이제야 예능 추세를 알겠더라고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흐름’이랄까요.


Q.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탁재훈 씨의 최적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A. ‘비틀즈코드’ 같은 프로그램에 최적화돼 있어요. 녹화를 효율적으로 하면서도 많은 것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어떤 게스트가 나오든 함께하는 패널과의 호흡이 잘 맞으면 제일 좋은 재미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녹화를 길게 해서 게스트를 지치게 하는 게 아니라 짧고 임팩트있게 하는 거죠. 예전에 ‘비틀즈코드’를 할 때 2~3시간이면 녹화를 끝냈어요. 짧다고 나쁜 것도 길다고 좋은 것도 아니에요.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지를 생각했을 때 늘어지면 모두가 힘들어져요.


Q. 방송의 효율성을 언급하니까 이경규 씨가 생각나네요. 녹화 시간에 대한 두 분의 소신이 같네요.

A. 하하. 경규 형도 효율적인 방송을 추구하는 분이죠. 녹화를 10시간 동안 하면 그건 잘못 된 거죠. 상황적인 장치에 의해서 길어지는 게 아닌 이상은 절대적으로 PD의 역량이 부족한 거라고 봐요.


Q. 생각해보면 행보가 비슷해요. 요즘 이경규 씨도 패널로 많이 나가잖아요.

A. 아! 최근에 형님과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형님이 “프로그램 같이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한 번도 형님과 프로그램을 같이 해본 적이 없네요.


Q. 이경규-탁재훈 2MC로 호흡을 맞춘다면 어떨까요. 과연 성향이 맞을까요.

A. 저는 형님께 충분히 맞출 수 있어요. 경규 형도 쉴 새 없이 멘트를 치는 타입이 아니고 기다렸다가 던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호흡이 있는 분이라서 저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색다른 투샷이 기대되네요. 마지막으로 예능인으로서의 각오 한마디 전해주시죠.

A. 예능은 하면 할수록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노래는 본인 노래 연습해서 부르면 돼요. 연기는 대본이 있고 작가와 감독이 있으니까 연구해서 연기를 하면 되고요.

그런데 예능은 1~2분 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물론 대본과 상황은 있지만 웬만해서는 못 견뎌요. 자꾸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본능적으로 즐기지 못하면 ‘멘탈 붕괴’가 오는 거죠. 저요? 물론 본능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현재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몇 개 있어요. 앞으로 더 기대해주세요!

“인터뷰 끝! 아쉬우니까 보너스 컷∼ 그런데 다음 스타는 누구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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