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와 오빠, 역경 이겨낸 배드민턴 가족

입력 2016-07-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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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배드민턴 자매선수인 언니 노수빈(맨 왼쪽)-동생 노유빈(왼쪽에서 두번째)이 어머니 오미숙 씨(뒤), 역시 선수인 오빠 노민우와 가족끼리 기념촬영을 했다. 화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쌍둥이 배드민턴 자매선수인 언니 노수빈(맨 왼쪽)-동생 노유빈(왼쪽에서 두번째)이 어머니 오미숙 씨(뒤), 역시 선수인 오빠 노민우와 가족끼리 기념촬영을 했다. 화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인구 6만5000여명의 소도시, 전라남도 화순군은 배드민턴만큼은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셔틀콕 스타’ 이용대(28)의 고향으로, 여전히 많은 유망주들이 ‘제2의 이용대’를 꿈꾸며 성장하고 있다.

전남 화순에서 열리고 있는 ‘이용대 올림픽제패기념 2016 화순 전국학교대항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특별한 사연을 가진 배드민턴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는 화순군 생활체육지도자로, 그리고 아들은 화순중학교 주장, 쌍둥이 자매는 화순만연초등학교 선수로 뛰고 있다. 배드민턴과 함께 역경을 뛰어넘은 가족은 이제 “이용대 형, 오빠처럼 올림픽에 나가는 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둘째를 유산하고 암 투병을 한 오미숙(40)씨는 배드민턴을 통해 암을 이겨냈다. 과거 취미로 잠시 접했던 배드민턴을 하면서 암을 극복하고, 쌍둥이 자매 임신이라는 축복까지 얻었다. 오씨는 “배드민턴 덕분에 딸 둘을 얻은 것 같다. 배드민턴이 우리 가족을 살렸다”며 활짝 웃었다.

어머니의 투병으로 할머니 손에 맡겨졌던 장남 노민우(15)는 건강해진 어머니를 따라 초등학교 1학년 때 배드민턴을 접했다. 오씨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외로워했던 아들을 위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봐라”고 조언했고, 배드민턴에 흥미를 느낀 노민우는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에 나섰다. 운동하기 전 있던 천식도 배드민턴으로 극복했다.

쌍둥이 역시 비슷한 동기로 배드민턴에 입문했다. 노수빈-노유빈(11) 자매는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엄마가 치는 걸 보고 처음 라켓을 잡았다”고 말했다. 쌍둥이 자매도 배드민턴에 재미를 느껴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노유빈은 “운동하는 게 재미있다”며 “꼭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씨는 아예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화순군 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족이 모두 배드민턴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오씨는 “남편이 3년 전에 사업에 실패하고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래서인지 애들이 속이 깊다. 지금은 남편도 건강을 되찾았다”며 “아이들이 운동을 열심히 해서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겠다는 말을 할 때마다 놀란다. 운동이 힘든데 항상 안쓰럽다. 기특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 남매의 목표는 이용대처럼 올림픽 무대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화순중 주장을 맡고 있는 노민우는 “선수로 뛰면서 예전과는 다른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다”며 “사실 동생들이 처음 배드민턴을 한다고 할 때 힘든 걸 아니까 말렸다. 동생들이 힘들다고 하면, ‘원래 그렇다. 참고 해야 한다’는 말밖에 못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27일 경기에선 남매가 모두 승리를 거뒀다. 노민우는 남자 중등부 단식 16강에 진출했고, 노수빈-노유빈 자매도 여자 초등부 단체전에서 나란히 단식주자로 승리를 추가했다.

화순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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