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피플] 삼성화재 손을식 상무 “삼성화재배, 바둑팬의 든든한 ‘보험’이죠”

입력 2016-08-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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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손을식 상무가 바둑판 위에 착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삼성화재는 한국바둑계를 대표하는 기전인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를 1996년 창설 이래 20년 이상 후원하며 바둑계의 든든한 ‘보험’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화재 손을식 상무가 바둑판 위에 착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삼성화재는 한국바둑계를 대표하는 기전인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를 1996년 창설 이래 20년 이상 후원하며 바둑계의 든든한 ‘보험’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한 수 한 수에 생과 사를 대비’ 비슷
이세돌-알파고 대결 바둑 붐은 기회
바둑꿈나무 선발전 신설해 미래 육성


올해 21회를 맞은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이하 삼성화재배)는 한국바둑계를 대표하는 세계바둑대회이다. 숱한 명승부와 감동의 스토리를 양산해 온 삼성화재배에게는 ‘변화와 혁신의 기전’이라는 별칭이 태그처럼 따라 다닌다. 그만큼 삼성화재배는 한국바둑사를 넘어 세계바둑사에 굵직한 변화의 흔적을 아로새겨왔다. 2001년(6회) 외국기사들에게 통합예선전의 문호를 완전 개방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2004년(9회)에는 전통적인 대국료 대신 상금제로 전환해 또 한 번 파란을 일으켰다. 2005년(10회)에는 대회 제한시간을 2시간으로 줄여 날로 스피디해지는 스포츠 트렌드와 발을 맞추었다.

삼성화재배는 한국바둑계의 ‘보험’과도 같은 대회다. 삼성화재배라는 든든한 ‘비빌 언덕’이 있었기에 한국바둑계는 20년 가까이 세계바둑 최강국이라는 영예를 한껏 누릴 수 있었다.

삼성화재 손을식 상무(52)는 2015년 12월 홍보팀장으로 부임하면서 삼성화재배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올해 삼성화재배는 치열한 통합예선을 거쳐 9월 6일 본선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부임 후 스물한 번째 삼성화재배와 함께 하고 있는 손을식 상무를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에서 만났다.


-1996년 출범한 삼성화재배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도전’의 기전으로 이름을 떨쳐 왔다. 그러다보니 보수적인 바둑계와의 마찰도 없지 않았다. 삼성화재배가 변화와 혁신을 한결같이 추구해 온 이유는 어디에 있나.

“삼성화재배는 전 세계 바둑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기전’을 만들고자 하는 삼성의 정신이 바탕이 됐다. 그러다보니 프로기사보다는 바둑팬들에게 초점을 맞춰 올 수밖에 없었다. 대회 초창기에는 변화를 꺼려하는 바둑계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의 기전’이라는 이름을 얻고 난 뒤에는 바둑계가 풀어야 할 문제를 삼성화재배가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많은 칭찬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인적 물적 투자가 필요한 세계기전을 20년 넘게 후원한다는 것은 대기업으로서도 쉽지만은 않은 일일 텐데.

“국내외 바둑팬들의 사랑과 응원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바둑을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가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행히 최근 이세돌-알파고 대결 덕분에 또 한 번 바둑의 붐이 일어났다. 이런 좋은 기회가 왔으니 프로모션을 잘 해 더욱 발전해보자고 한국기원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삼성화재 손을식 상무.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화재 손을식 상무.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화재배는 숱한 명승부, 명장면을 연출해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은 어떤 것인가.

“47세의 나이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진출해 우승까지 차지한 조치훈 9단이 박영훈 9단과 둔 결승전(8회 대회)이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의 명승부였다. 최종국인 결승3국에서 조치훈 9단이 60여 수부터 초읽기에 몰려 겨우 버티다가 막판에 뒤집기를 한 영화 같은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쉽게도 이제 한국은 바둑최강국의 지위를 중국에게 내어주었다. 한국바둑이 다시 왕좌를 되찾아올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바둑의 인기가 높고, 배우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어서 당분간은 중국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한국바둑은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이세돌과 같은 불세출의 천재기사들이 등장해 수적 불리함을 극복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뒤를 이을 천재기사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바둑의 토대가 탄탄해져야 한다고 본다.”


-올해 삼성화재배는 바둑꿈나무 선발전을 신설했다. 우승한 어린이에게 통합예선 출전권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혜택이 화제가 됐는데.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한 한국바둑계의 미래세대 육성을 위해 신설했다. 바둑꿈나무 선발전을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바둑에 대한 꿈을 키우고, 한국바둑계의 미래를 밝혀나가기를 희망한다.”


-한국 그리고 세계바둑계의 발전을 위해 삼성화재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바둑은 언어,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정정당당히 겨룰 수 있는 두뇌스포츠다. 동양 3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도록, 바둑이 글로벌 문화교류의 중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둑의 세계화에 삼성화재배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주: 삼성화재배는 2013년 유럽, 미주, 아프리카 등 해외 아마추어 기사들끼리만 겨뤄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월드조를 신설했다)


-삼성화재의 기업철학과 바둑을 비교한다면.

“삼성화재는 다양한 상품을 통해 고객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보험회사이다. 보험은 미래의 불확실한 리스크를 대비하고자 서로가 연대하는 금융제도이다. 바둑은 서로의 돌에 의지해 집을 지어 나가고, 한 수 한 수에 생과 사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보험산업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본다. 삼성화재배가 세계 바둑팬들을 위한 든든한 ‘보험’같은 기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기전’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함께 하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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