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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대책없는 최종배상안도 지적
“악어의 눈물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피해자들은 1일 서울 종로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신문에 실린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과 광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사과는 사망사건이 알려진 뒤 4년11개월만으로 얼마나 기다렸던 일인지 모른다”고 운을 뗀 이들은 “하지만 사과문을 보면 뭘 잘못했는지 정작 사과의 내용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에 무슨 문제가 있고 왜 그랬는지, 뭐가 잘못되고 어떤 책임을 진다는 건지 일체 말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또 “그냥 배상금을 어떻게 준다는 돈 이야기뿐이다”며 “그것도 일부인 1·2등급 판정자들에 대해서만일 뿐 3·4등급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과광고와 전날 발표한 최종배상안 모두 국정조사 등에서 책임을 줄이기 위한 ‘물타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자들은 “옥시는 지난 주 국정조사단의 현장조사 때 무성의와 발뺌으로 일관했고, 이후 최종배상안과 사과광고가 이어졌다”며 “결국 사과광고는 ‘악어의 눈물’이고, 최종 배상안은 국정조사의 칼날을 피하려는 술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선 라케시 카푸어 CEO를 8월 말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게 해 영국본사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피해자와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하는 한편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에 넘겨진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측은 같은 날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사망사건 간의) 인과관계가 과학적 증거에 의해 입증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