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울고 불고 하는 참가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못할 거면 왜 나왔어'라는 의문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3'에선 하주연이 그랬다. 하지만 의문을 품게 했던 하주연은 방송 2주만에 조금씩 자신만의 스웨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주연 눈물의 역사는 엠넷 '쇼미더머니5' 예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 쥬얼리 해체 후 처음 방송에 등장한 그에게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하주연은 가사 실수를 하며 '쇼미더머니5' 예선에서 탈락했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그는 '언프리티 랩스타3'에 출전했다. '쇼미더머니5'의 굴욕을 만회하고자하는 의지가 보였다. 그러나 지난 '언프리티랩스타3' 첫 회 1번 트랙 미션에서 하주연은 부족한 모습으로 하위권에 머물 위기에 처했다. 원테이크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계속 긴장한 기색을 내비치며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기대보다 존재감이 없었다"는 혹평을 들었다. 예상대로 1번 트랙 미션 순위상 하주연은 10명 중 8위를 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활동한 래퍼라면 창피해야할 등수였다.
5일 '언프리티랩스타3' 2회에선 10인의 래퍼들이 2번 트랙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쇼미더머니5' 프로듀서팀으로 출연한 길과 매드클라운이 각각 프로듀싱과 피처링에 참여했으며 미션의 첫 번째 관문은 팀배틀로, 참가자들은 길의 대표 곡을 시대별로 재해석했다. 하주연은 이날 전소연, 미료와 팀을 이뤄 허니패밀리의 '남자 이야기' 무대를 꾸몄다.
무대 준비 과정에서 하주연은 또 눈물을 흘렸다. 하주연은 연습 도중 "못하겠다"며 자리를 떠났고 제작진에게 "진짜 못 하겠다. 죽을 것 같다. 즐겁게 해아 하는데 지옥으로 가는 것 같다"며 "이렇게 돼버리니까 무대를 하는 것도 더 못하겠고 진짜 이러고 싶지 않은데 제 명에 못 살 것 같아서 연예인 그만두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리허설에서도 하주연은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미료, 전소연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주연의 진가는 실전에서 나타났다. 우려와 달리 안정된 톤과 정확한 가사 전달이 하주연을 빛나게 했다. "천천히 보여줄게 내 스웨그" "이제 위로 올라가" 등의 가사에선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전소연은 "잘하면서 연기한 거 아니야", 자이언트 핑크는 "역시 무대에선 다르더라", 유나킴은 "제일 자신감이 넘쳤다"고 하주연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하주연 역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한결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하주연이 속한 팀은 관객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고 하주연도 프로듀서 길의 선택을 받지 못해 솔로 미션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하주연이 쓴 가사처럼 그는 이제 자신을 당당하게 보여줄 준비를 어느 정도는 마친 듯 보인다. 하주연이 보여줄 스웨그가 궁금해진다. '언프리티랩스타3'는 오는 12일 밤 11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