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터널’ 하정우 “날 구한다면 그 존재는 가족”

입력 2016-08-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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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에게 주연영화 ‘터널’은 가족에 대해서도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영화 ‘터널’의 히어로 하 정 우

35일간 생존 주인공에 실제모습 투영
‘터널’ 탄탄한 이야기에 해피엔딩 만족

블록버스터 출연 포기? 기회 또 온다
빅리거 김현수 ML적응과정은 자극제

하정우(38)의 걱정은 기우다. ‘터널’이 개봉한 10일 오후 만난 그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었더니 웃음기를 거두고 “걱정”부터 꺼냈다. 1년에 꼬박 두 편의 영화를 내놓지만 “긴장은 매번 반복된다”고 했다. 관객의 마음은 다르다. ‘터널’(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을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놓았다. 하정우에 어울리는 기록. 그와 나눈 여러 대화 가운데 ‘터널’ 그 이후의 상황부터 들어보자.

● ‘터널’ 그 후

“세 달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탱이(‘터널’에서 하정우의 유일한 친구로 등장한 퍼그 종 강아지)의 영향이다. 살갑고, 어느 정도 고독을 즐기는 종을 고르다 비숑 프리제를 분양받았다. 외로울 것 같아 프렌치 불도그까지 키운다.”

가족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하게 됐다. 영화에서 터널에 갇힌 그를 포기하지 않는 구조대장(오달수)을 보면서다. “누군가 마지막까지 나를 구한다면 그 존재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이라고 하정우는 말했다.

그는 무너진 터널에 갇혀 35일간 홀로 생존한 주인공 이정수를 두고 “그가 곧 하정우”라고 했다. 생명수와 같은 물을 터널에 갇힌 또 다른 인물(남지현)에 나눠주는 이정수의 모습에도 실제 자신을 투영했다는 설명. “안 주고 죄책감을 갖느니 물을 나눠 주겠다”는 그는 이 말로는 부족했는지 덧붙여 “저, 되게 착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며 웃었다.

‘터널’ 촬영을 마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출연 제안을 받았다. 기다리던 기회. 출연료 협상까지 마쳤지만 영화 ‘신과 함께’ 촬영을 미룰 수 없었다.

“도리가 아니지 않나. 아쉬움? 잠깐이다. 좋은 기회는 또 온다.”


● 감독 김성훈

하정우의 본명은 김성훈이다. ‘터널’의 연출자 이름과 같다. 이들은 2014년 11월 하와이 국제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처음 만났다.

“‘허삼관’을 찍자마자 중국 상하이에서 ‘암살’을 촬영하고 딱 일주일 여유가 났다. 휴식이 필요해 하와이로 갔다. 공항에서 인사를 나눴지만 그의 영화 ‘끝까지 간다’를 보지 않아 딱히 나눌 말이 없더라.(웃음)”

일주일 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끝까지 간다’를 기내 서비스로 봤다.

“시체 안치실 장면을 보고 반했다. ‘아, 이 사람, 감각장이인데?’ 싶었다. ‘터널’은 탄탄한 이야기, 고통기가 아닌 생존기라는 점, 무엇보다 해피엔딩이 좋았다”

일본에서 ‘아가씨’를 찍던 지난해 하정우는 김성훈 감독과 3박4일 오사카 여행을 함께 했다. “카페를 전전하며 매일 10시간씩 시나리오를 상의했다”는 그는 “말도 안 될 만큼, 이상적인 환경을 거쳤다”고 만족했다.

● 자극

요즘 하정우를 자극하는 일은 영화도, “언제 할지 모를” 결혼도 아니다. 그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존재는 메이저리거 김현수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가서 부진했다. 그러다 지금 주전자리를 꿰찼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강한 정신력이 어디서 왔을까.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리다. 낯선 도시에서 어떻게 버틸까. 많이 생각한다.”

새로운 시작

하정우는 데뷔부터 10년 넘게 함께 일한 소속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앞둔 마음을 물었다.

“나를 만들어준 곳이다. 대학 3학년 때 만나 누구도 나를 확신하지 않을 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시나리오를 보는 탁월한 안목으로 회사는 ‘용서받지 못한 자’ ‘시간’ 같은 주효한 영화로 이끌어줬다. 인연이 끊긴다고 생각지 않는다.”

배낭여행

휴가철이지만 하정우는 휴가를 내년 2월에 맞는다. 촬영 중인 ‘신과 함께’를 마무리하고 “한 달간 배낭여행을 할까 구상 중”이라고 했다.

“대학 때 흔한 배낭여행 한 번 못 갔다. 20대 때도 연극을 겹치기 출연했으니까. 하하! 배낭 매고 걸으며 부딪쳐보고 싶다”

배우 하정우.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하정우

1978년 3월11일생. 중앙대 연극학과 재학 시절 영화 ‘마들렌’ 등 단역으로 활동.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 2008년 나홍진 감독의 스릴러 ‘추격자’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소화, 호평과 함께 주연급으로 성장. 2009년 ‘국가대표’로 흥행 배우 입지. 엄선해 출연작을 고르는 여느 배우들과 달리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다작’의 선택으로 충무로에 새 바람. 이후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러브픽션’,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의 연속 흥행으로 ‘대세 하정우’라는 별명을 얻음. 2013년 ‘롤로코스터’로 감독 데뷔해 지난해 두 번째 연출작 ‘허삼관’ 공개. 현재 세 번째 연출작 ‘코리아타운’ 시나리오 작업 중.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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