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리우 리포트] 연재야, 네가 흘린 땀·눈물을 기억해!

입력 2016-08-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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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가 리우에서 한국리듬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한 손연재는 19일(한국시간) 개인종합 예선을 시작으로 유럽의 강호들과 메달을 다툰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리듬체조 요정의 마지막 날갯짓

러시아 쿠드랍체바·마문과 메달 경쟁
손연재 “나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간 흘렸던 땀과 눈물, 오랜 설움을 떨쳐낼 순간이 펼쳐진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격을 앞두고 있다. 아직은 그녀의 입으로 은퇴를 선언한 적은 없지만, 여러 정황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공산이 높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 32위로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홀로 전지훈련을 다니며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시켰다. 낯선 땅에서 가족과 떨어져있다는 외로움에 홀로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버티고 채웠다.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조금씩 순위를 높이더니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발판으로 ‘비상’을 알렸다.

그렇게 생애 첫 올림픽이 다가왔다. 2012년 런던대회. 두렵진 않았다. 오히려 가슴 벅찬 설렘 속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결과도 놀라웠다. 개인종합 5위. 시간은 다시 쏜살같이 흘렀다. 2번째 올림픽. 정말 숨 가쁘게 뛰고, 또 뛰었다. 그랑프리∼월드컵∼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등 각종 무대를 누비며 세계 정상급 라이벌들과 겨뤘다.

환희도 많았지만 좌절도 있었다. 한 시대에 여러 영웅들이 공존할 수는 없는 법. 리듬체조도 그랬다. 엇비슷한 실력의 경쟁자들로 인해 한계를 느끼곤 했다. 특히 야나 쿠드랍체바(19), 마르가리타 마문(21) 등 러시아의 막강 ‘원투펀치’를 넘어서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러시아는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은3·동2)를 획득한 전통의 리듬체조 강국이고, 이들은 완벽한 교육 시스템에서 화수분처럼 샘솟는 리듬체조 인재들 가운데서도 단연 으뜸이다. 손연재에게는 꼭 넘어야 할 ‘통곡의 벽’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쿠드랍체바와 마문이 시상대 꼭대기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손연재와 간나 리자트디노바(23·우크라이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3·벨라루스) 등이 남은 3위 한 자리를 다툴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도 승부의 세계는 끝까지 알 수 없는 법이다. 올림픽은 속출하는 이변, 숱한 변수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전지훈련을 하다 16일(한국시간) 리우에 입성해 올림픽 선수촌에 여장을 푼 손연재는 누구보다 적을 잘 안다. 서로의 ‘비기’는 마지막 순간에야 꺼내들겠지만, 러시아 전지훈련에 이어 상파울루에서 다시 러시아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강점과 약점을 확실히 파악했다.

이제 결전의 시간이 임박했다. 리우에서의 첫날을 휴식과 선수촌 산책으로 마친 손연재는 19일 오후 10시20분 시작하는 개인종합 예선에 나선다. 출전자 26명 중 10위 안에 들면 올림픽 폐막식 전날인 21일 새벽 펼쳐질 결승 무대에 오른다. 손연재는 “2번째 올림픽이 처음보다 쉬울 순 없다. 이곳에 온 모두가 올림픽을 바라보고 노력했다. 나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후회 없는 마지막’을 향한 요정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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