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 선수위원 당선’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 ‘호재+경사’

입력 2016-08-19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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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 스포츠동아DB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 스포츠동아DB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2004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유승민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선수촌에서 발표된 선수위원 투표 결과, 후보자 23명 가운데 2위로 IOC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임기는 2024년까지 8년.

지난달 24일부터 17일 자정까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선수단 투표가 이뤄진 가운데 전체 5815표 중 1544표를 얻은 유승민은 1603표를 획득한 펜싱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 이어 2위로 당선됐다. 3위는 1469표의 수영 다니엘 지우르타(헝가리), 4위는 1365표의 육상 장대높이뛰기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차지했다.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신설된 IOC 선수위원에 한국인이 당선된 건 유승민이 2번째로,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베이징올림픽 때 처음 선출된 바 있다. 선수위원은 하계종목 8명, 동계종목 4명 등, 모두 12명이 선출된다. 선수위원은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투표 등 IOC 위원과 같은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여러 모로 의미가 크다. 사실상 한국의 유일한 IOC 위원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문대성이 IOC 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았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 회장은 건강문제로, 논문 표절 의혹이 드러난 문대성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직무가 정지됐다.

유승민은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의 후보자로 처음 선정됐다. 역도 장미란, 사격 진종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영어구사 능력에서 우위를 점했다. 인지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투표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리우 현지에 도착한 후부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정해진 구역에서만 선수들과 접촉할 수 있고, 유인물과 현수막 등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결국 당선의 영예를 얻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명예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최근 국제 행정 및 외교력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레슬링의 실세인 러시아처럼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한 편파판정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4년간 흘린 땀과 눈물이 한 순간의 오심으로 날아갈 때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을 뿐이다.

더욱이 유승민이 당선되지 못했다면 2년 앞으로 다가온 2018평창동계올림픽를 대한민국은 IOC에서 조금이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 없이 대회를 준비할 뻔 했다. 우리 입장과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호재다. 소통의 창구가 열린 셈이다. 공교롭게도 유승민의 임기 동안 3차례의 올림픽이 아시아에서 열린다. 평창을 시작으로 2020년 하계올림픽이 일본 도쿄, 이어 열릴 동계올림픽이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4명의 신임 선수위원 가운데 유 위원은 유일한 아시아 출신이다. 더욱이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할 때도 표를 던질 수 있게 됐다.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부터 선수위원을 꿈꿔왔다“고 밝힌 유승민은 ”임기 동안 열심히 실무를 익히면서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임기가 끝나면 정식 IOC 위원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승민은 21일 IOC 총회와 선수위원회 미팅, 22일 리우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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